얼어붙은 공기와 차가운 바람에 문을 꼭 걸어 잠그게 되는 겨울, 인천 미추홀구에 새 단장을 마친 인천보훈지청 1층의 한 공간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이곳은 2018년 처음 심리상담 서비스를 개시한 보훈가족 마음나눔터. 그곳에는 찬 공기도 밀어낼 밝은 미소와 다정한 목소리로 보훈가족을 환영하는 김지은(40세) 상담사가 있었다.

김지은 상담사는 보훈가족과 지청 직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공간임을 알리기 위해 마음나눔터의 문을 항상 열어둔다. 보훈가족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노력의 하나다.

그는 심리상담사 경력 15년의 베테랑이지만, 보훈가족과는 2018년 여름 처음 만났다.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보훈가족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와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병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쌓아 온 노하우가 많지만 보훈가족들과의 만남은 신선함의 연속이었다.

“살면서 ‘애국심’이나 ‘국가유공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일이 많지 않았죠. 우연한 기회에 인천보훈지청에 자리를 잡고 보훈가족들을 만나면서 ‘호국’과 ‘보훈’ 그리고 ‘나라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분들과의 깊은 만남을 통해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존재하고 성장할 수 있었구나 하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됐습니다.”

그가 만난 한 국가유공자는 자비를 들여 마을의 모든 집에 태극기를 선물하고, 보훈지청 직원들에게 작은 태극기 모양의 브로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가 자신처럼 국가기념일에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매일 브로치를 하고 다니지 않는 모습에 좌절하는 것을 보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더욱 깊이 느꼈다.

인천보훈지청 마음나눔터는 보훈가족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인천보훈병원 로비에 부스를 마련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마음나눔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적극 홍보했다.

낯설어 하던 보훈가족들도 점차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심리상담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많은 보훈가족들을 위해 건강강좌를 열기도 했다.

올해도 김지은 상담사는 보훈가족들이 마음을 열고 심리상담을 편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외부 홍보활동과 함께 주로 집단프로그램으로 원예와 공예와 같은 활동을 하면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보다 맞춤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보훈가족들이 마음을 열어준다면 심도 있는 집단상담도 진행해볼 생각도 갖고 있다.

“누구나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전쟁을 겪었던 보훈가족들은 전쟁의 트라우마가 오랜 시간 지나면서 일상화되다보니 본인의 성격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불면증이나 과한 분노 반응 등은 상담을 통해 나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진 보훈가족들에게도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마음나눔터는 여러분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습니다.”

김지은 상담사는 오는 3월 시작될 집단상담프로그램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보훈가족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는 오늘도 봄에 시작될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보훈가족들의 행복한 미소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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