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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아내를 국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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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2  1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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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아내를 국보처럼 대접을 해야 한다는 기사를 어느 신문에서 보고 피식 웃었다. 왜 국보처럼 대접해야 한다고 했을까? 보배로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 것이 국보인 것을.

아내의 얼굴을 그려 보았다. 50년 전, 20대 중반의 나이로 시집을 와 강산이 다섯 번이나 변하는 세월이 흘렀다. 아내의 청춘을 송두리째 바친 것이 우리의 결혼생활이고, 둘째 며느리이면서도 내 부모님이 생을 마감하실 때까지 정성으로 모신 아내의 그 착한 마음이 생각났다.

젊은 시절, 나는 며느리도 자식이니 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에야 고부갈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고부갈등이라는 말은 우리집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평소에 아내는 부모님께서 여러 형제 중에서 우리집을 거처로 선택하신 것을 두고 언제나 감사하다고 말하곤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집안에서 최우선 순위를 시부모님, 그 다음 남편, 그 다음 아이들로 여기며 자신은 늘 가정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왔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내가 내 옷을 사본 적이 없었다. 아내가 사오는 옷마다 몸에 잘 맞는다.

새삼 아내의 고마움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며칠 전 불광동에 사는 친구집에서 1박 2일로 동창회가 열렸다. 70대 중반의 백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즐거운 자리였다. 집주인인 친구는 15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딸 둘은 모두 결혼해 혼자 살고 있었고, 친구 혼자 사는 집은 자연스레 집합장소가 됐다. 특히 집주인 친구의 천성이 느긋해 우리들 마음대로 떠들어도 되니 아지트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친한 친구들이 모여 온갖 잡담을 하고 술도 한잔 들어가니 1박 2일은 금세 지나갔다. 머무는 동안 찬찬히 둘러보니 안주인이 없는 집은 어느 한 곳이라도 가지런한 곳이 없었다. 지내는 동안 편하기는 했지만 정리정돈에는 영 재주가 없는 친구의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 역시 크게 다를 것 없으리라. 돌아와서는 아내의 손길이 닿아 깔끔하게 정리된 우리집을 보며 절로 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내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를 보고 간이 크다고 한다. 아내도 친구들끼리 모이면 이제까지 가정에 봉사하고 살아왔으니 지금부터는 대접을 받아야겠다고 농담을 주고받는 모양이다. 맞는 말이다. 지난 50년, 아내는 마음 편하게 자기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기나 할까. 오직 가정을 위해서 그리고 자식을 위해서 봉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결과로 아이들은 반듯하게 자라서 학교도 잘 다니고,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해서 가정을 꾸려 잘 살고 있다.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 아내가 아니었다면 내 부모님을 그렇게 잘 모시고, 아이들이 이렇게 잘 자랄 수 있었을까. 새삼 아내의 희생과 노고에 감사하게 된다. 아내와 나, 둘이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내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 연말에 결심해본다. 이제부터는 아내의 뜻대로 살겠다고. 오늘 저녁에는 지금까지 가정을 매끄럽게 운전해 온 베스트 드라이버인 아내에게 고맙다고 손 편지라도 전해야겠다. 흐뭇해 할 아내의 미소를 떠올리며.

강신표 월남전 참전유공자, 젊은 시절 맹호부대 수색중대 소속으로 참전했고, 지금은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며 작은 글들을 쓰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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