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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나간 자리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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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3  09: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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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시스템 속에서 부유하며 무표정하게 변해가는 현대인들. 이들에게 ‘사유’라는 처방으로 희망을 찾는 전시가 문을 열었다.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전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무의식과 깊게 내재된 그들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 함께 이해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개인을 둘러싼 관계와 일상 그 속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이번 전시는 강숙자, 이건용, 김성수, 임주연 등 오늘의 작가 38명이 참여해 한국화, 서양화, 조각, 영상 등 4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강숙자, ‘꿈’, 65x53cm, 1991.

마음의 행로를 찾아간다

‘응시하다’ ‘마음을 쏟다’ ‘지나치다’ ‘헤아리다’ 각각의 주제를 가진 4개의 공간이 차례로 마음의 행로, 바람의 행로를 찾아간다.

‘응시하다’ 공간에서는 일상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도록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을 응시하는 사유의 순간을 이끌어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자이 작가의 ‘물음표의 공격(2016)’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무의식적 행동을 관찰해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구조를 되짚어간다. 자신 안에서 우울, 강박, 불안 등의 비틀림이 어떻게 표면화되는지 ‘나’를 궁금해함으로써 보는 이에게도 같은 물음을 던진다.

다소 단순하게 바깥이 보이는 창과 문이 그려진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자용 작가의 ‘시선의 문턱’(2009)이다. 우리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소통의 장소인 창과 문이 가진 의미가 도드라진다.

이어 ‘마음을 쏟다’ 공간에서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다룬 작품들이 다양하게 모였다. 감정 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오롯이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해본 경험이 있는 지, 그때의 감정은 무엇인지 묻는 작품들이다.

우리는 타인에 대한 관심에 앞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살핌으로써 자신과 깊숙이 마주할 수 있다. 꿈꾸는 듯한 표정의 여인이 등장하는 강숙자 작가의 ‘꿈(1991)’, ‘기쁜 우리 젊은 날(2003)’ 작품과 무수한 점으로 형상을 완성한 정송규 작가의 ‘사랑 이야기(2014)’, 양계남 작가의 ‘가을이 빨간 이유를 알았어요(1992)’ 등의 작품은 기쁨과 사랑의 충만함을 극적으로 전한다.

몇몇 작품들은 밝고 화려한 색채와 정형화되지 않은 들쑥날쑥한 형태의 반복으로 보는 이의 심장에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한편으로는 공허함이 느껴지는 여백, 차분하고 어두운 색채로 채워진 작품이 마중 나온다. 인간성의 결핍과 부재, 그에 따른 우울을 감지해낸 김성수 작가의 ‘멜랑꼴리(2008)’와 이동환 작가의 ‘황홀과 절망(2013)’, 이인성 작가의 ‘다른세계(2015)’, 이송 작가의 ‘Waiting(2012)'은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감, 아쉬움, 절망 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김성수, ‘멜랑꼴리’, 130x162cm, 2018.
   
김설아, ‘눈먼 재’, 100x230cm, 2015.

무표정하게 반복되는 삶이란

개인의 깊은 내면에 이어 이제는 일상을 조망한다. ‘지나치다’ 공간은 일상의 공간과 기억의 찰나를 표현한다.

마치 깃털과도 같은 형상이 검은 화면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형상화한 김설아 작가의 ‘눈먼 재(2015)’는 예민한 감각으로 작은 존재들의 삶의 움직임을 가시화시켜 무표정하게 스쳐가는 반복되는 삶을 되돌아본다.

또한 머리만 보이는 인물들이 청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을 통해 그저 살아간다는 목표만으로 꽉 채워진 현대인의 삶을 은유하는 박수만 작가의 ‘삶을 입다(2006)’는 맹목적 삶이 주는 부조리함을 직시한다.

서로의 사적 공간에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적인 태도 그 속에서도 타인과의 연결을 갈망하고, 소속되기를 원하는 사람들, 거대사회에 매몰되지 않는 나의 존재는 어디에 있을까.

‘헤아리다’공간에 자리한 박계훈, 백영수, 신호윤, 김인숙 작가의 작품이 자아를 찾아가는 사유를 이끌어낸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변화해 가는 인간 존재를 표출시키고,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의 일부로 치부됨으로써 느끼는 단절, 부재, 근원을 알 수 없는 모호함을 드러낸다.

사유의 시간을 함께 나눌 이번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5, 6전시실에서 2020년 2월 9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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