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출 어르신의 ‘딸이 하나 더 생긴 것 같고, 오랜 함께 해줘서 늘 고맙다’는 말에 김윤수 보훈섬김이가 함박미소로 화답하고 있다.

경북 포항 호미곶으로 이르는 구불구불한 해안 둘레길을 따라 가다보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이마를 맞댄 듯 들어선 주택들 사이에서 지번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동네 어르신이 나타나 길을 알려주신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정이 살아 넘치는 마을 분위기처럼 정겨움이 우러나오는 이곳, 8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보훈가족과 보훈섬김이를 만났다. 바로 6·25참전유공자인 김상출(87) 어르신과 김윤수(62) 보훈섬김이다.

김윤수 보훈섬김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어르신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익숙하게 물건 정리를 시작했다. 그와 어르신의 인연은 벌써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르신은 김윤수 보훈섬김이를 ‘김 선생’이라 부른다.

“김 선생까지 딸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요. 김 선생이 와주니 집도 깔끔해지고 덜 외롭죠. 이제는 내가 말 안해도 알아서 척척 다 해준다니까요.”

어르신 댁은 몇 년 전 시의 지원을 받아 지붕과 도배도 새로 했고, 보훈지청의 지원을 받아 마당에 있던 재래식 화장실도 수세식 화장실로 바뀌었다. 시청이나 보훈지청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지원이 있을 때마다 김윤수 보훈섬김이가 잘 챙겨서 대신 신청해드렸기에 가능했다.

최근 태풍으로 고장난 텔레비전도, 고장난 전화기 수리 신청도 그의 몫이었다. 어르신의 삶에서 김윤수 보훈섬김이는 없으면 안되는 중요하고도 고마운 사람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즐기는 어르신은 ‘함께 나눠먹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활짝 웃으며 말하신다.

김상출 어르신은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1시간씩 마을버스를 타고 거동이 불편한 전우들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거의 매일 동네 어르신들과 모여 음식을 만들어먹거나 다과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몇 해 전에는 지역 경로회장을 맡으셨고, 지금도 참전유공자회 분회장을 맡고 계신다. 김 섬김이는 어르신을 모시며 자연스럽게 이웃과 함께하는 어르신의 삶을 배워가고 있다.

“어르신 사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시지요.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기세요. 말씀을 많이 하시는 편은 아니지만 늘 유쾌하고 정도 많고요.”

어르신을 도와드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르신을 보고 배우고, 또 새로운 것을 알려드리며 보훈가족과 보훈섬김이는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집안 정리를 끝마치고 김상출 어르신 앞에 앉은 김윤수 섬김이의 옆에는 묵직한 가방이 눈에 띄였다.

조심스럽게 들여다본 가방 안에는 치매 예방을 위한 안내 책자, 그림그리기, 색칠하기, 퍼즐, 색종이, 색연필, 가위, 풀 등으로 가득했다.

“대상자 어르신들 대부분 연세가 많으셔서 치매 예방에 관심이 많지요.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하다 보니 가지고 다닐 것들이 많아져 점점 큰 가방으로 바꾸게 됐죠. 치매 예방법이 적힌 책도 읽고, 인지 능력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있다고 하면 배워서 어르신께 알려드려요. 이런 것들을 활용해 치매 예방도 하고, 대화를 주고받으면 어르신들이 새로운 활력을 얻으시는 것 같아 보람을 느껴요.”

뿐만 아니라 가방 안에는 앞치마, 고무장갑, 면장갑 등 각종 살림 도구도 들어있었다. 보다 꼼꼼한 재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인 셈이다. 그가 보훈섬김이로 일을 한지도 어느 덧 9년째, 그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가방 안에 담겨있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중, 이웃의 추천으로 보훈섬김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수많은 보훈가족을 만나왔다. 한분 한분 모두 좋은 분들만 만났다며 스스로를 ‘복 받았다’고 말하는 김윤수 섬김이의 미소에서 보훈가족을 향한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졌다.

보훈섬김이 일을 하며 어르신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우고 또 도움을 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의 말에서 어르신들을 향한 묵직한 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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