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어느 광고에 나오는 말이다.

순간의 선택?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순간의 선택을 잘못해서 10년이 아닌 일평생을 잘못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또 순간의 선택을 올바르게 해 남에게 존경과 찬사를 함께 받는 경우도 있다.

나는 매월 중순께가 되면 관리하고 있는 건물의 관리비 징수작업을 해야 된다. 수도와 전기 검침한 결과와 각종 공과금고지서 내역을 입력하고 고지서를 만들어 입점자에게 배부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 동안 쓰지 않던 엑셀이어서 고전도 했지만 지금은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서 별 어려움 없이 처리하고 있다.

관리비 고지서를 배부하고 일주일 정도의 기간을 거쳐 마감을 하게 되어 있다. 당연히 고지서가 나갔으니 그 고지서에 의해 관리비를 납부해야 하지만 어느 상가에서는 관리사무소로 가지고 온다. 그 입점주가 나이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자동이체라든가 기기조작이 서투른가 보다.

내가 바쁘다면 바로 옆에 농협이 있으니 그곳에 가서 입금하라고 하겠지만, 그리 바쁜 일도 없으면서 입점주에게 그만한 편의는 제공해 주어야 할 것 같다. 해서 한두 번 받아주다 보니 이제는 으레 마감일이 되어 그 가게 앞을 지나게 되면 거스름돈 한 푼 없이 준비한 봉투를 내밀곤 한다.

그 날도 마감일에 그 가게 앞을 지나는데 사장의 노모께서 “소장님 관리비 가져 가세요” 하며 부르신다. 가게 안에서 건네주는 봉투를 들고 사무실에 돌아와 통장을 들고 농협으로 향했다. 농협과 우리 건물 바로 옆에 있어서 그리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500원이 모자라는데요?”

창구 은행원의 얘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리가요?”

“맞습니다. 혹시 직접 세어보시겠어요?”

같이 당황스러워 하며 여직원이 확인을 부탁한다.

“아뇨. 맞겠지요.”

나는 그제야 주머니에서 500원을 꺼내 그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은행 업무는 일단 마무리됐다.

은행을 나서면서도 다소 의아한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500원, 어쩌면 아주 작은 금액이지만, 어떤 식이든 ‘착오’가 생겼다는 개운치만은 않았다. 그래도 마무리 잘 하지 않았는가,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다 좋은 일이야. 이렇게 해서도 세상은 밝아지니까. 책상에 앉아서 장부를 정리하려는 순간, 500원짜리를 꺼내며 눈에 들어왔던 은빛 학이 떠올랐다. 나래를 펴고 비상할 채비를 함이었던가.

다시 돌아온 일상에 그렇게 날아오른 학이 오후를 지켜나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순철 1949년 충북 괴산 출생.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 수필과 콩트를 써오고 있다. 수필집 ‘달팽이의 외출’‘예일대 친구’를 냈다. 형제가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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