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주물기법인 밀랍주조법으로 복원한 ‘직지’ 조형물.
직지심체요절 영인본.

책, 신문, 입고 있는 옷에 이르기까지 인쇄기술은 이제 우리생활의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인쇄술의 기원과 옛 인쇄술이 궁금하다면 ‘직지’의 고향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고인쇄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인쇄술의 과거와 미래를 총망라한 곳이다. 동시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 인쇄를 창안해 발전시킨 우리의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업적이자,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일명 ‘직지’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은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한 책으로, 줄여서 ‘불조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 ‘직지’ 등으로 불린다.

직지는 1372년, 오랫동안 불도를 닦아온 백운화상이 성불산 성불사에서 상·하 두 권으로 편집해 저술한 것으로,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백운화상의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금속활자로 인쇄해 배포했다.

흥덕사에서 간행된 금속활자본은 현재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 1책 총 38장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돼 있다. 아쉽게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은 국내에서 확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1886년 한불수호 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초대 주한프랑스 대리공사가 고서 및 각종 문화재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직지가 프랑스로 넘어가게 됐고, 1911년 경매를 거쳐 1950년 소장자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책의 전체 내용을 알 수 있는 직지 목판본은 상·하권 완전한 1책으로,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및 영광 불갑사에 소장돼 있다. 직지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숱한 사연을 안은 직지의 고향 청주 흥덕사지 터에는 현재 청주고인쇄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박물관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책 모양의 전시물, 직지 상·하권 활자판 78장을 전통 주물기법인 밀랍주조법으로 복원한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1전시관에서는 직지를 중심으로 ‘직지심체요절(영인본)’ ‘직지심체요절 목판본’ ‘직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인증서’ 등 고려의 금속활자 인쇄술과 청주 흥덕사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금속활자의 의미와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설명된 전시물, 그리고 고려의 뛰어난 금속활자 인쇄 문화와 직지의 탄생부터 프랑스로 건너가게 된 경위와 현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영상으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2전시관에서는 고려의 목판인쇄술부터 19세기 말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통 인쇄문화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의 유물을 통해 고려와 조선시대의 다양한 인쇄 방식과 고서가 묵은 책 향기를 풍기며 다가온다.

3전시관에서 동·서양의 옛 인쇄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별도의 건물에 만들어진 근현대인쇄전시관으로 넘어가면 우리나라 근대인쇄술의 발전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인쇄기술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조판대부터 활판교정기, 활자주조기, 활판인쇄기 등 납활자 인쇄기기와 타자기, 청타기 등 근현대 인쇄기술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전자식 편집과 프린터로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인쇄하는 지금은 쉽사리 상상할 수 없는 기기들이 과거로 인도한다. 3D프린터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인쇄기술의 미래상은 현재에서 미래를 상상케 하는 덤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청주고인쇄박물관
근현대인쇄전시관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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