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눈을 통해 본 우리나라의 산수(山水)는 어떤 모습일까. 자연과 어우러져 그 속에서 순응하며 사는 것을 미덕이라 여긴 우리의 선조들. 그 철학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실경산수화를 통해 선조들의 생각을 들여다 수 있는 전시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가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 김응환의 ‘해악전도첩’, 김홍도 ‘병진년화첩’ 등 다양한 화가의 산수화 36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금강산, 관동지역, 남한강 등 실재하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눈으로 직접 보고, 마음에 담고, 손으로 옮겨낸 조선시대 화가들의 그림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되며, 프롤로그에서는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산도’가 단독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1부 ‘실재하는 산수를 그리다’에서는 고려시대와 조선 전기와 중기 실경산수화의 전통과 제작배경을 알 수 있다.
전시된 조선의 실경산수화를 통해 다양한 회화적 전통과 유교문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풍수개념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2부 ‘화가, 그 곳에서 스케치하다’에서는 여행을 떠난 화가들이 현장에서 자연을 마주하고 그린 초본들이 펼쳐진다.
밑그림인 초본은 화가가 본 경치를 즉각적으로 옮겨낸 것으로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산세와 바위, 넘실대는 파도 등 먹으로 그어진 선들 안에 깃든 생동감이 전해진다.
3부 ‘실경을 재단하다’에서는 화가가 작업실로 돌아와 초본과 자신의 기억 등을 바탕으로 산과 계곡, 바다, 나무와 바위, 정자 등을 경물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그림 속 풍경을 바라본 화가의 위치를 상상해보고, 그들의 시점에서 구도와 자연물들의 관계를 짚어볼 수 있다. 눈을 감으면 먼발치에서, 높은 산자락 위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며 한 순간이라도 놓칠세라 눈에 담고자 온 마음을 다 쏟았던 화가의 열정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4부 ‘실경을 뛰어넘다’에는 화가가 있는 그대로의 경치를 넘어서 그것을 재해석해 자유로움과 자신만의 독 창성과 개성을 드러낸 작품들을 모았다.
실경을 벗어나 형태를 의도적으로 변형하거나 과감하게 채색하고 붓 대 신 손가락, 손톱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나아가 원근과 공간의 깊이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옛 화가들이 그렸던 우리 강산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큰 감동을 준다.
자연 속을 여행했던 화가의 설렘, 대자연 앞에서 느꼈을 감동, 창작과정에서의 고뇌와 완성작에 대한 환희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9월 22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