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김태연 지사의 유해봉영식이 끝난 후 숭실대 황준성 총장과 임직원, 재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태연 지사 유해봉영식에 학교·학생 함께 참여

 

지난 4월 9일 김포공항 입국장. 김태연, 이재수, 강영각 지사의 유해 봉영식이 열리는 이곳에 김태연 지사의 대학 후배들인 숭실대 관계자들이 모였다. 중국에서 이뤄진 파묘행사에서부터 안장까지의 모든 절차에 함께한 숭실대는 스스로 ‘독립유공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번 행사 참여를 기획하고 봉영식에 직접 참석해 선배의 환국을 직접 맞이한 숭실대 황준성 총장을 만났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 대학으로서는 특별하고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 지역의 3·1운동은 우리 숭실 출신 인사들이 주도했으며, 민족대표 33인에는 우리 학교 출신 김창준(숭중 7회, 숭대 5회) 선생과 박희도(숭중 출신)선생 두 분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모국으로 돌아오신 김태연 지사의 경우도 숭실의 독립운동 역사에서 커다란 기록의 한 페이지인 분입니다.”

숭실대 황준성 총장은 숭실 출신의 독립운동가가 현재 파악된 인원만으로도 87명이라고 말하면서 “이 역시 단일 교육기관 출신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독립운동 시기 학교와 학생들이 바른 민족의식을 가지고 일제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한 대표적인 교육기관이 숭실대학이라는 얘기다.

“당시 교수와 학생의 희생과 헌신도 평가 받아야 하지만, 일제가 일왕과 전쟁영웅들을 강제로 경배하도록 하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면서 1938년 3월 스스로 폐교한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대학에 새겨진 항일 독립투쟁의 DNA는 우리 학생들에게 민족의 내일을 열어가는 인재가 되도록 교육하는 소중한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1897년 평양에서 문을 열어 일제강점기까지의 민족교육에 온힘을 다했던 대학은, 1908년 대한제국으로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 인가를 받는 기록까지 세웠지만 폐교를 거쳐 조국의 광복과 함께 1954년 서울에서 다시 문을 여는 ‘이산대학’이라는 아픔을 갖게 된다.

“우리는 그만큼 절실한 민족 현실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가 바로 우리 학교의 역사를 지나가는 커다란 획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를 위해 2년 전인 2017년 개교 120주년을 기해 숭실 출신 가운데 국가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지사 발굴 작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이런 작업은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2017년 광복절 독립유공자로 김태술(애족장), 김양선(건국포장), 김형두(대통령표창) 선생이 포상을 받았고, 2018년 광복절에는 숭실대학 제3대 학장을 역임한 고병간 박사가 애족장을, 11월 순국선열의 날에는 이겸호(애족장), 박기복(대통령표창), 이양식(대통령표창) 선생이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게 됐다.

이와 함께 김태연 지사의 유해 봉환이 확정되면서 학교는 전면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행사를 이끌도록 했다. 김태연 지사의 파묘행사와 봉환·봉영 모든 과정에 총학생회장인 우제원씨 등 학생대표를 참석토록 하고 이를 기록해 전 학생들과 공유하고 알리기도 했다.

황 총장은 올해 마지막 사업으로 숭실 출신 독립유공자를 기리기 위해 ‘숭실 독립운동자 명비’를 올해 개교기념일(10월 10일)에 맞춰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전국에 참전유공자 명비가 세워지고 있지만, 숭실대가 독립운동가 명비를 세우면 이 부문에서 또 다른 기록이 될 듯하다. 이후 자연스럽게 독립유공자 명비 설립의 흐름이 확산됐으면 하는 게 황 총장의 생각이다.

한편 숭실대는 또한 지난 4월에 국가보훈처와 학교를 ‘독립유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2016년 통일부로부터 ‘통일교육 선도대학’으로 지정돼 통일 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한편으로 독립유공대학이 된다면, ‘과거의 독립운동 역사’와 ‘미래를 향한 통일운동’이라는 두 개의 날개로 학교가 역사 속에서 제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황 총장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뜨겁게 움직여왔던 숭실 캠퍼스에 가을바람이 불 즈음 새로운 역사적 이정표가 하나 세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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