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7 월 09:01
> 생활·문화 > 생각나누기
삶과 선(線)
나라사랑신문  |  news@narasarang.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7.01  13:46:4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어떤 선은 길이 되고

어떤 선은 집이 되어

시공을 초월하여…

바람이 솔솔 부는 날은 산길을 걷는다. 솔내음 풍기는 숲길을 걸어가며 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 실타래 같은 삶의 일들이 술술 풀려 나감을 느낀다. 숲은 언제나 자신을 낮추어 다정하게 맞아주며 고향의 향수와 같은 정(情)과 그리움을 안겨준다.

언덕을 오르며 흘리는 땀만큼 등성이에 올라서면 성취감은 배가 된다. 산 위에서 무성하게 우거진 푸른 능선과 그 아래의 도시를 바라보며 하나 둘 생각한다.

그 해 여름 전장의 밀림에서 추위와 싸웠던 기억이 살아난다. 그날 부대를 떠나 1번 도로 따라 이동하면서 부터 비가 내렸다. 진지를 완료하고 석식을 취한 후에도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옷과 몸이 젖은 상태라 밤이 되니 손발이 시려오고 턱이 덜덜 떨렸다. 소대원들도 춥기는 마찬가지여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습해 오는 어둠과 추위에 소대장인 내가 춥다고 움츠리면 안 되는 일이기에, 그렇다고 전장에서 소리를 내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 사주경계에 임한 대원을 제외 하곤 각자의 위치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였다.

다행히 뛰면서 나는 소리들은, 활엽수에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에 묻혀 외부로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뛰고 나니 추위가 조금씩 사라지고, 손가락에 따뜻한 감각이 찾아왔다. 이렇게 생생한 기억이라니.

산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다시 생각에 잠긴다. 도시는 한시도 쉬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며 온통 선으로 이어져 있다.

거미줄처럼 오밀 조밀 하다가 바둑판처럼 반듯 반듯 하다가 옆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뻗어 나가고 있다. 어떤 선은 길이 되고 어떤 선은 집이 되어 시공을 초월하여 나아가고 있다.

도시는 선 위에서

어떤 선은 그어 길이 되고

어떤 선은 그려 집이 되고

누군가의 선은 그림 이었고

누군가의 선은 시(詩) 이었다

시공도 선으로 이어져

대지를 그리고 도시를 낳는다

도시는 선으로 산다

길따라 울고 웃는 인생선

섭섭한 루빈의 선

인생도 선위에 산다

(나의 졸시 ‘도시는 선으로 산다')

이성문 경남 창원 출생. 국가유공자이며 현재 부산지역 시인협회 회원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으로 ‘바람 불어 피는 풀꽃’ ‘오작교를 그리다’ 등이 있다.

나라사랑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공감, 이 책

시를 잊은 그대에게

시를 잊은 그대에게
채울 틈조차 없이 살았던 내 삶의 헛헛한 빈틈들이 마냥 단단한 줄만 알았던 내 삶의 성벽들을 간단히 무너트리는 그런 날, 그때가 되면 ...

새벽에 홀로 깨어

새벽에 홀로 깨어
봄날, 어느 새벽동으로 흘러가는 물 못 돌이키나시상(詩想)을 재촉하니 이리 괴롭네.정 담뿍한 아침 비는 가늘디가늘고아리땁고 고운 꽃은 ...
오피니언

마음이 따뜻한 서비스 함께 나누길

벌써 무더위가 코앞으로 다가온 듯하다. 아침저녁으로 아직 선선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한낮이 되면 작년에 맹위를 떨쳤던 무더위가 올해도 반복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될 정도로 후덥지근한...

새로 열린 보훈의 길, ‘따뜻한 보훈’

2017년 3월 충남동부보훈지청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개청됐다. 꽃샘추위로 쌀쌀한 3월의 날씨에도 전국 여러 곳에서 모인 직원들은 낯선 환경에도 보훈가족의 영예로운 생활을...
많이 본 기사
1
고엽제후유의증 질병 장애등급 종합판정 시행
2
종합비타민제를 먹어야 하는 이유
3
여름철 건강의 적 토사곽란
4
국가유공자 등 로또 판매점 신청
5
중앙보훈병원, 1,400병상으로 확대… 재활·요양병원 등 복합 운영
6
결핵과 비결핵항산균 감염증
7
내년 아파트 특별공급, 대부지원 계획 확정
8
국가유공자 주택 대부 한도 늘리고 금리 내려
9
김환기, 그의 푸른 화폭을 만나다
10
모든 생존 6·25참전용사에 호국영웅기장 수여한다
소 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30113 세종특별자치시 도움4로 9 국가보훈처
Copyright by 국가보훈처 나라사랑신문  |  기사 등 모든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복사·배포를 금합니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