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일으켜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

봄이 달려온다. 겨울을 밀어내고 달려온 봄에는 훈풍이 있다. 마음마저 열어젖히는 바람에 봄이 깊어간다. 봄 완연한 이 계절에는 책을 펼쳐 나를 돌아볼 일이다. 겨울 움츠렸던 몸을 활짝 열고 나를 찾아 나설 일이다. 빅뱅에서 지구별로, 지구별에서 생명으로, 그리고 나, 우리, 공동체. 우리는,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우리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 작가정신

박완서, 지금은 고인이 된 그는 불혹의 나이에 등단해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해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뼈아프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그었다. 그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

이 책은 저자가 처음으로 펴낸 짧은 소설집이자, 1970년대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담아내고 평범한 삶 속에 숨이 있는 기막힌 인생의 낌새를 포착한 작품이다.

우리에게 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사랑과 결혼의 잣대란 도대체 무엇이며, 진실이란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기쁨이고 슬픔인지를 작가 특유의 신랄하고도 친근한 문체로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그 속에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열린 마음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또 다른 아름다운 이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 열린책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로 불리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자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이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다.

오스만튀르크의 지배를 받던 크레타의 이라클리온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크레타인들의 독립 투쟁과 희생, 자유를 향한 갈망을 목격했고, 그 경험은 저자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평생을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삶을 살았던 그의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하는 고민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진정한 자유란 ‘타인의 자유를 범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욕망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조르바’. 직업도 없이 곳곳을 떠돌며 닥치는대로 일하며 살아온 그를 지켜보는 소설 속의 화자인 ‘나’는 이성을 믿으며, 책 속에서 배운 지식으로 살아가는 젊은 지식인이다. 그는 조르바를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이 책은 자유를 내 삶 안에서, 본연의 나를 찾는 데서부터 발현된다고 본다. 살면서 배운 정형화된 지식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본연의 나를 찾는다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남프랑스에서 북스페인까지 700Km.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로망 트래킹 코스가 된 ‘산티아고 순례길’을 소개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를 찾아, 진리를 찾아, 코엘료를 찾아 비행기에 오른 사람들이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성 야고보’가 걸었던 길을 걸으며, 발이 부르트도록 걸으며 명상에 잠긴다. 나와의, 현실과의 작은 싸움을 계속한다.

저자는 20여 년 전 ‘산티아고의 길’을 걸으며 겪은 경이로운 체험과 영적 탐색을 한다. 일곱 달을 고민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길을 떠난 저자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먼 길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안내자와 함께 걷고 또 걸어간다.

삶에 관한 소박한 대화를 나누고, 영적 탐색을 계속 하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뒤를 돌아봐도 똑같기만 한 단조로운 풍경 속에서 순례를 끝까지 마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했던 저자에게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더없는 고통이었다.

마침내 목적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다다르면, 모르는 이 누구라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릴 만큼의 감격이 다가온다.

평범한 걸음 속에서 나를 찾는다면, 오늘 우리는 걷는 길 모두에서 ‘길 위의 순례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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