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한의원 근무하던 시절에 아이들 한약을 지을 때 부모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어려서 녹용 보약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는가’하는 질문이었다.

이는 한의학 문헌이나 현대적 실험결과를 볼 때 근거 없는 속설에 불과하며, 이런 오해로 인해 오히려 녹용이 필요한 아이들이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

어린이의 장부는 어른의 장부를 줄여 놓은 축소판이 아니며 성장하면서 점점 어른의 장부로 변해간다. 따라서 아이들의 장부가 어른의 장부로 변해갈 때 얼마나 튼튼하게 변하는지가 나중에 커서 그 사람의 기초체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성장기에 도움되는 보약

이처럼 아이들의 성장기는 일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때 좋은 음식과 좋은 보약을 먹여 아이들의 장부가 강건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아이에게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줘서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일을 줄여준다면 자주 감기에 걸려 병원을 전전하면서 성장한 아이들보다는 훨씬 유리할 것이다.

또한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한의원에 가서 머리를 좋게 하는 약, 흔히 말하는 총명탕을 지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 경우 대개의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재가 바로 녹용이다. 어릴 때는 머리가 나빠질까 걱정하며 먹이기를 꺼려하던 녹용을 커서는 공부를 더 잘하게 하기 위해서, 즉 두뇌를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 지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녹용이라는 약재는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효과가 상당히 탁월한 약재다. 실제 실험을 통해서도 어린 쥐에게 녹용을 복용시킨 뒤 뇌를 검사했을 때, 녹용을 복용을 하지 않은 쥐보다 뇌의 발달이 훨씬 더 양호했다는 실험보고를 접한 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녹용이 나이가 드신 노인 분들에게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영양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려서 보약을 많이 먹으면 살이 쪄 비만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대표적인 오해다. 한약에도 칼로리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마르고 소화가 잘 안되던 몸 상태가 개선되면 식사량이 증가하고 영양분 흡수가 잘 되면서 자연스레 살이 붙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보약 때문이 아니라 몸 상태가 좋아져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면 된다.

다만 아이에게 보약을 먹일 경우 아이의 체질과 상태, 소화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복용했을 경우에는 발열,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병민 대전보훈병원 한방과 부장, atkb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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