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윤오례 여사의 아들 류재영(왼쪽에서 두번째) 씨가 지난해 열린 ‘제89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서 대통령표창을 받고 있다.

3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42일 동안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독립의 횃불 전국 릴레이’가 이어진다. 어두웠던 일제 강점기를 독립의 의지로 환하게 밝혔던 선열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전국 릴레이가 시작됐다. 이번 릴레이에 국민주자로 참여하는 독립유공자 후손 3대 가족을 만났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표행사의 하나인 ‘독립의 횃불’ 국민주자 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은 류금희씨(43)다. 부모님인 류재영씨(83), 정금숙씨(71)를 대신해 신청했던 것이 가족들 간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본인과 남편 양찬우씨(53)에 이어 두 자녀 양윤서양(18)과 양승빈군(16) 까지 총 6명이 함께 주자로 참여하게 됐다.

독립유공자 후손 가족의 이야기는 그대로 오늘로 이어진 독립운동 역사의 단면인 듯 했다. 이들이 ‘독립의 횃불’ 주자가 됨으로써 행사는 더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됐다.

류금희씨 가족은 독립유공자 윤오례 여사의 후손이다. 윤오례 여사는 1929년 11월 전남 광주에서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했다가 퇴학처분을 받았다. 1992년 윤오례 여사가 돌아가셨고 남은 가족들은 너무 늦었지만 기록에 남기고자 독립유공자 등록신청을 했다. 2018년 첫 정부행사로 승격돼 광주에서 개최된 ‘제89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서 윤오례 여사는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받아 대통령표창을 받게 됐다.

류재영씨는 어머니께서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은 날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는 감동이었다”며 목이 메이는 듯 말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어머니께서는 졸업을 한 달 여를 앞두고 퇴학을 당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가슴아파했어요. 그러다 지난해 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게 되면서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를 이은 전남여고가 명예졸업장을 전달해와 늦게나마 어머니의 한을 풀게 됐습니다. 어머니께서 생전에 그렇게 바랐던 졸업장을 받게 돼 너무너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그의 집안 거실 한 가운데에는 윤오례 여사의 독립유공자 표창장과 명예졸업장이 함께 놓여있었다.

윤오례 여사의 증손녀인 양윤서양이 학교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해 알게 됐고, 여기서 크게 감명을 받아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이후 ‘우리 가족 중에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이 있지 않을까’하는 궁금증에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께 차례로 여쭤봤고, 이 과정에서 증조할머니가 바로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독립유공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 윤오례 여사가 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은 지 1년 여. 그런 점에서 100주년 기념 독립의 횃불의 국민주자로 나선 것은 그 가족 축제의 연장인 셈이다.

류금희씨는 “주자 신청을 하려고 아버지, 어머니께 여쭤봤는데 흔쾌히 좋다고 하셨어요. 할머니의 공훈을 기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고, 사회적·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고 말했다.

교사가 꿈이었다는 할머니의 뜻을 이제 증손녀 양윤서양이 이어가려고 한다.
“증조할머니와 같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있을 수 있었잖아요. 그래서 저는 역사 교사가 돼서 미래의 후손들에게 역사의 가치를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양윤서양의 아버지 양찬우씨는 “평소 아이들에게 어려운 사정에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윤서가 역사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의 그 꿈이 연결됐다는 얘기를 듣고 응원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고 말했다.

축구선수가 꿈인 막내 양승빈군도 누나를 따라 자신도 독립의 횃불 국민주자로 뛰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류금희씨는 다시 할머니 생각으로 돌아간다.
“할머니는 사랑은 몸으로 실천해서 보여주는 것이라며 항상 저를 꼭 안아주셨던 따뜻한 분이었어요. 정의와 바른 것을 사랑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실천했던 할머니를 보며 아버지가 배웠던 것처럼, 아버지를 보며 제가 배웠고, 이제는 제 아이들이 저를 보며 배울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류금희씨 가족이 ‘독립의 횃불’을 높이 들고 달리는 길목 양쪽에는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보냈다. 90여 년 전 할머니의 정신을 오늘 이곳에서 잇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후손들을 통해 지금도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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