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현충시설 박람회의 근현대사기념관 부스에서 아이들이 독립민주기념비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독립기념관은 가을로 가득 찼다. 우뚝 솟은 겨레의 탑과 겨레의 집 뒤 든든히 버티고 있던 흑성산도 독립기념관 방문객을 위해 짧은 가을이 지나가기 전 서둘러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은 모양이다. 청명한 하늘, 미세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가을날 지난달 20일과 21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현충시설 체험 박람회로 인파가 몰렸다.

현충시설 박람회는 독립기념관이 국내 현충시설 중심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국권회복과 국가수호를 위해 공헌한 분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8년 째 이어오는 독립기념관의 가을 대표 ‘축제’다.

겨레의 탑을 지나면 광복의 큰 다리 일대에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된 현충시설 박람회 부스가 눈에 들어온다. 올해 박람회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전국을 깨운 나라사랑의 함성’이란 주제로 전국 36개 현충시설과 중국 4개 항일기념관이 함께 했다. 중국 현지의 현충시설이 함께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체험박람회 부스는 양 쪽으로 길게 늘어서 터널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입구에 북적대던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순서를 뺏겨 체험을 놓칠세라 부모님 손을 끌어 터널 속으로 금세 사라졌다.

전국 40곳의 현충시설이 중부권(서울·경기·강원·국외)과 남부권(충청·전라·경상) 구역으로 나뉘어 꼼꼼히 살펴보려면 그만큼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매년 가을이면 독립기념관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아이들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는데, 한 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어서 부모 입장에서는 참 좋습니다. 눈으로만 보는 전시는 지겨워하는데 체험을 곁들이니 오히려 아이들이 저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아요. 덕분에 저도 공부 많이 하네요.” 체험에 몰두한 아이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한 시민이 말했다.

체험 부스에는 아이들만 앉아 있는 게 아니었다. 젊은 연인도 칠곡호국평화기념관 부스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호국평화 에코백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호국메세지가 담긴 장식을 붙인 에코백이라 특별하고, 볼 때마다 전투에서 희생당하신 분이 생각날 것 같아요” 이들은 이름도 처음 들어봤다는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 여행 계획도 잡아 볼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많은 사람들의 색다른 관심을 끈 곳은 부스는 올해 처음 참여한다는 중국의 항일기념관 네 곳이다.

“중국도 일본의 식민지였어요?” “식민지는 아니었지만, 일본이 침략 전쟁을 일으키면서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와줬던 중국을 못살게 굴었어요.”

엄마 손을 잡은 한 아이의 질문에 중국이 우리나라 독립운동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처음 접한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항일기념관 네 곳이 전시해 둔 사진을 보고 설명을 진지하게 들으며 끄덕거리는 아이들의 눈빛이 형형했다.

천천히 산책하듯 40개의 부스를 둘러보고 밖으로 나서면 눈앞에 겨레의 집이 보인다. 전국 40개 현충시설을 모두 둘러보고 나온 아이들과 관람객들의 마음속에 ‘독립’이 더욱 뚜렷한 의미로 새겨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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