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노 배틀 공연에서 연주를 감상한 관중이 마음에 드는 연주자를 향해 투표하는 모습.

창조는 경쟁에서 나온다.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가 그랬고,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그랬고, 렘브란트와 루벤스가 그랬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작품과 사상을 꽃피웠다. 이렇게 ‘선의의 경쟁’이라는 것은 발전의 에너지가 돼 세상을 바꿀만한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들이 벌이는 세기의 경쟁에 눈과 귀가 행복해지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쇼팽vs리스트 (11.25, 서울 예술의전당)

 

동시대를 살았던 쇼팽과 리스트는 개인의 성향만큼이나 음악적 색깔도 확연히 다르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섬세하고 환상적인 음악으로 우아함, 부드러움 속에서도 열정을 표현하는 반면 ‘피아노의 황태자’라 불렸던 리스트는 초인적인 기교를 구사하며 거침없는 선율진행과 화려함으로 청중들을 매혹시키는 연주를 선보였다.

결핵을 평생 앓아 병약하고 창백했던 쇼팽과 장대한 기골로 남성적인 매력을 뿜어내며 엄청난 기교와 열정으로 귀부인들의 마음을 녹였던 리스트는 비슷한 듯 선명한 음악적 차이를 가지고 낭만시대를 이끌었다.

이번 공연은 4개의 테마와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의 해설로 쇼팽과 리스트 두 천재 음악가의 불후의 명곡이 된 피아노곡과 깊이 있는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 시절 쇼팽과 리스트를 재현할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신창용과 알렉산더 울만이다.

첫 번째 테마는 예술적 감성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두 작곡가의 ‘에뛰드(연습곡)’가 연주되고 두 번째 테마는 ‘왈츠’로 쇼팽의 ‘화려한 대 왈츠’와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가 연주된다. 세 번째 테마에서는 쇼팽의 유명한 ‘녹턴(야상곡)’과 리스트가 원래 가곡으로 작곡하고 ‘3개의 녹턴’이라고 부재를 붙인 곡 중 ‘사랑의 꿈’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연주자가 직접 선택한 ‘환상 폴로네이즈’와 ‘헝가리 랩소디’가 연주된다.

 

리스트vs파가니니 (11.25, 대전 예술의전당)

 

19세기 최고의 음악가로 손꼽히며 낭만주의 음악을 꽃피운 피아니스트 리스트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적인 연주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재능을 얻었다’는 우스개소리를 만든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두 천재의 연주가 재탄생한다.

뉴욕에서 협주로 인연을 맺은 오스트리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포가디와 그루지아의 신예 피아니스트 다비드 알라다쉬빌리 두 연주자가 한국에서 재회해 무대를 펼친다.

리스트와 파가니니는 클래식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전설적인 비르투오소(뛰어난 명인)다.

리스트는 연주 도중 객석을 향해 악보를 던지며 자신의 암보 실력을 뽐냈고, 수십 대의 마차가 공연을 마친 그의 뒤를 따랐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린으로 오케스트라 소리를 표현하는가 하면, 바이올린을 활이 아닌 나뭇가지로 연주하는 등 자유자재로 다뤘다. 파가니니의 명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의 곡을 듣고 나면 팬이 될 정도였으며, 리스트가 1831년 파가니니 연주를 보고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고 결심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곡을 자신만의 피아노곡으로 편곡해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파가니니가 작곡한 ‘라 캄파넬라’를 리스트의 편곡 버전과 파가니니의 원곡 버전으로 비교해 연주하는 특별한 시간도 준비돼 있다.

 

피아노 배틀 (11.24, 롯데콘서트홀)

 

지난 2009년 홍콩시티페스티벌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공연 ‘피아노 배틀’이 2015년 첫 내한을 시작으로 올해도 내한을 확정짓고 늦가을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준비를 끝냈다.

피아노 배틀은 매 라운드마다 두 피아니스트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연주에 나서는 젊은 피아니스트 폴 시비스와 안드레아스 컨은 독일 출신 연주자로 초연 이후 중국, 홍콩, 대만 등 여러 아시아권에서 매진신화를 이뤘고 독일과 베를린 등 유럽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는 등 세계 각지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투어 중이다.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위해 프로그램은 공연 전까지 비공개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공연장에 입장하면서 흑과 백으로 표시된 투표 용지를 받게 되며, 관객이자 심사위원이 되는 청중들은 투표용지를 손에 쥐고 매 라운드를 경험한 후 심사하면 된다. 모든 라운드가 끝나고 무대를 향해 마음에 드는 쪽의 투표용지를 들어 올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승자가 결정된다. 올해 역시 피날레 라운드는 특별한 에피소드를 담은 우리나라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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