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일찍 오랜만에 아내와 기차여행으로 1박 2일 강원도 곰배령을 가기 위해 해운대에서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어릴 때야 자연과 사람에 대한 깊은 생각과 살아온 경륜이 짧으니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 의미가 있고, 그 이상의 것은 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우주 만상의 하나하나가 나의 눈에 꼭 들어오는 것은 물론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 산과 들에 핀 이름 모를 꽃들까지 나를 감탄케 한다. 모든 것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어쩌면 여행을 많이 안 해본 탓에 든 생각, 혹은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든 생각일지 모르겠다.

얼마 전만 해도 월요일이면 첫 주가 시작되기에 일찍 출근해서 한 주를 준비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 좋은 봄, 봄의 한가운데서 아내와, 그것도 월요일에 멀리 기차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천국과 극락이 있다면 필시 이런 월요일의 기차여행을 보고 말한 것 아니겠는가.

경북 의성을 지날 즈음, 차창 밖으로 끝없이 싱그러운 마늘밭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보, 저기 좀 봐, 너무 예쁘지 않아?”

아내의 탄성이 들려온다.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한 풍경이다. 우리가 평소에 밥상에 올리는 마늘이 이렇게 집단을 이뤄 푸른색을 만들어 보여주다니. 역시 풍경은 언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전 12시 경. 영주역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관광버스로 갈아탄 후 태백산 아래 펜션으로 이동했다. 이른 잠을 청한 후 다음날 아침 9시 기다리던 곰배령 산행이 시작됐다.

곰배령 정상까지는 왕복 4시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자신은 없지만, 도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긴 시간 등산이나 산행을 한 적이 없으니 다리가 부실할 수밖에. 그래도 도전이다.

우리는 열심히 산을 올랐다. 정말 곰배령은 천상의 화원인 듯 보였다. 크게 높지도 않으면서 완만한 산 기슭으로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며, 옆으로 흐르는 개울의 물소리 새소리며, 지천으로 핀 야생화가 모두 환상적이었다.

드디어 닿은 곰배령. 곰이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곰배령이라 이름 붙였단다. 정상의 표지석에 서자 너른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 이런 풍관이 또 있으랴. 이런 경치 아래서는 곰도 잠시 누워 쉬어갈 수밖에 없으리라.

이번 기차 여행에는 건강한 아내가 있어 다행이다. 산에 같이 오를 때나 내려올 때나, 우리 부부는 서로 손을 잡고 당겨주고 밀어준다. 옆에 가는 사람들이 부러워 한 마디씩 보탠다. 너무 보기 좋다며.

인생의 긴 여정에 여행은 세상에 태어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좋은 시간이다. 나는 어쩌면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그 우물에 갇혀.

이번 여행은 보는 폭도 넓히고 남을 이해하는 생각도 한껏 넓힌 여행으로 생각된다. 여행은 우주가 우리에게 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통로이다.

 

송무옥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월남전 참전유공자. 남은 인생여정이 주위환경을 밝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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