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 보면 ‘穀氣勝元氣 其人肥(곡기승원기 기인비)’라고 비만의 원인을 아주 간략하게 소개한 구절이 있는데, 이를 해석하면 ‘사람이 먹는 음식의 기운이 인체의 원기를 이기면 살이 찐다’는 뜻입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고 소화가 안 되면 살이 찐다는 말로, 이는 또한 위장의 기 또는 정기가 곡기를 이겨내고 소화가 잘된다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비만 치료를 위해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을 쓰거나, 대장의 숙변을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위 또는 장 기능 약화를 초래해 쉽게 요요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가장 올바른 비만 치료는 무엇일까. 그것은 운동과 올바른 식사법입니다.

운동을 하면 오장육부의 기능들이 좋아지고 이로 인해 입맛이 좋아지고 소화가 잘됩니다. 흔히 운동을 하면 몸이 좋아져 살이 찐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이 운동을 하면 위장의 흡수력이 좋아져서 적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올바른 식사법은 아침식사를 꼭 해야 하고, 식사 때에는 항상 소식을 하며, 아침보다는 점심을 그리고 점심보다는 저녁을 적게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녁 8시 이후에는 금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다이어트뿐 만이 아니라 장수하는 비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위의 상태란 무엇일까. 첫째로 소화가 잘 돼야 합니다. 평소에는 적게 먹지만 간혹 과식을 하더라도 소화에 장애가 없는 위가 건강한 위입니다. 둘째로 허기를 느끼지 않아야 합니다. 비록 한번 정도 끼니를 거르더라도 버텨낼 뿐만 아니라 허기조차도 별로 느끼지 않는 위가 건강한 위입니다.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결여돼도 비만의 위험에 노출이 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아무리 잘 먹고 소화가 잘된다고 해도 한 끼 정도 굶었을 때 허기를 참지 못할 정도의 위라면 한의학적으로는 결코 건강한 위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위로는 정기가 부족해 곡기를 감당하지 못하므로 비만하기 쉽습니다.

 

허기 느끼지 않고 소화 잘 돼야

만약 약물로 비만을 치료하고자 한다면 사람이 운동을 했을 때의 장부 변화를 약으로 유도해야 하는데, 좋은 비만 약의 조건은 첫째 약을 먹고 나서 몸이 가벼워져야 하고 둘째 잠을 잘 자야하고 셋째 식욕이 양호해야 하고 넷째 쉽게 허기가 지지 않아야 하고 다섯째 소화가 잘 돼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면서 살이 빠진다면 그 약은 제대로 된 비만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에 가장 접근하게 되는 것이고, 요요현상 또한 최대한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비록 살은 빠지더라도 독약을 먹고 있는 것이므로 요요현상이 생기거나 요요현상이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은 미용과 건강을 바꾸는 커다란 우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김병민 대전보훈병원 한방과 부장, atkb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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