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달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3·1운동 100주년 남북 공동사업 협의키로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 평양. ‘평화, 새로운 미래’.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역사에 또 다른 한 발짝을 내딛는 날이었다.

청명한 하늘 아래, 백두산과 천지. 겨레의 발원지에서 만들어낸 역사적 장면은 대결과 반목을 씻어내는 역사적 현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맞잡아 올린 손은 백두와 천지의 배경과 어우러져 새날을 활짝 열어가는 시대의 상징처럼 보였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확약과 교류 협력을 위한 약속,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추진 등 양 정상이 이뤄낸 합의들은 남북의 하나된 모습을 세계에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 정상 선언

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인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했다.

여기에는 부속합의서로 채택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통한 항구적 평화지대를 만들기 위한 조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 등이 포함됐다.

교류 협력 증진을 위해서는 금년 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우선 정상화,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빠른 시일 내 개소,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 우선 해결에 합의했다.

특히 양 정상은 내년으로 다가온 3·1운동 100주년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하기로 하고, 그를 위한 실무적인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여기에는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할 경우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이 포함됐다.

 

# 5월 1일 경기장 문 대통령

19일, 방북 이틀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의 시민들에게 직접 연설을 했다.

상상치 못했던, 획기적인, 놀라운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의 차분한 연설에 시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남북관계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 번영과 자주 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언급하며 시민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크게 인사했다.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그림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다시 커다란 박수가 경기장을 크게 울렸다.

 

# 백두산 그리고 서울 귀국보고

하늘도 파랗고 천지도 파랗다. 하늘과 땅도 하나된 듯한 이곳 장군봉에 남북의 정상이 함께 섰다.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새 역사를 만드는 지금이다.

양 정상이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써 가자”고 약속하며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길이 아니라 우리땅을 통해 백두산을 오르겠다는 약속을 기어코 이뤄냈다. 그리고 천지의 물에 손을 담갔고, 물통에 고이 물을 담았다. 이어 2시간을 비행해 달려 내려온 곳은 서울 동대문구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대국민보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연설대에 섰다. 배경으로는 “우리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라는 글씨가 띄워졌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3일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차례 만나, 긴 시간 많은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던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며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키고 두 정상 간의 신뢰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된 방문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사용한 참관이나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결국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말하면서 북한의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군사 분야 합의가 가장 중요한 결실이라고 말하면서 “(이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남북 간에 있어서, 정전협정 이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종전하는 데서 더 나아가 미래의 전쟁의 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없애는 일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천지에 올라 저는 우리 국민들이 굳이 중국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 땅에서 백두산 관광을 할 수 있는 시대를 하루빨리 열겠다고 다짐 했다”며 “정부는 ‘평양공동선언’을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 범정부적 추진체계를 마련할 것이며, 남북고위급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고 오늘의 성과가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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