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념관의 또 다른 전시관인 의열관과 추모벽.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직접 언급해 화제가 된 경북 안동의 고택 임청각. 임청각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 등 아홉 분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고성 이씨 종택이다. 경상북도 안동 지역의 수많은 독립운동가, 의병 등이 분연히 일어나 항일투쟁을 펼쳤던 이곳에 순국선열의 나라사랑 정신과 기개를 담아 전하고 있는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경북 안동 시내를 지나 영덕으로 가는 34번 국도, 안동호와 임하호 사이에 의성김씨 종가인 내앞마을.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마을 어귀에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유교 문화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안동은 명문가의 자제들이 앞서 항일운동에 뛰어들고, 노선비는 곡기를 끊어 나라와 운명을 같이 하는 등 위태로운 역사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독립운동을 이어간 독립운동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권위적 요소를 모두 빼고 한옥 형식으로 나지막하게 조성된 기념관은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로운 모습으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이곳이 기념관인지 알 수 없지만, 한옥 특유의 힘과 지조가 느껴졌다. 물러섬 없이 항일투쟁에 나섰다 굽히지 않고 스러져 간 순국선열을 기리기에 딱 알맞은 공간이다.

 

 

▲ 독립운동가의 곧게 뻗은 절개와 지조, 나라사랑 정신을 상징하는 ‘구국의 빛’

 

기념관으로 들어서기 전 앞마당에는 구국의 빛이라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둥그런 기둥 세 개가 하늘을 향해 솟았고, 각각의 기둥에는 물결치는 태극기가 음각으로 새겨졌다. 구국의 빛을 유심히 올려다보면 충절과 지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기념관은 전시관(독립관, 의열관)과 연수관(신돌석관, 이강년관), 대강당, 3·1마당, 박열동산, 추모벽 등으로 조성돼 있다. 연수관과 강당, 자료실, 회의실 등은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는 부대시설이다.

경상북도의 항일투쟁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은 ‘독립관’이다. 구국의 빛을 지나면 정면에 독립관이 있다. 이곳에는 1894년 갑오의병부터 1945년 광복까지 51년간의 경북 독립운동가의 국내외 독립운동의 발자취가 전시돼 있다.

 

▲ 독립관 안 박열 지사와 그 부인 가네코 후미코 여사의 재판과정을 디오라마로 재현해 놓은 전시물을 살펴보는 학생들.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독립관으로 들어서면 의병항쟁을 시작으로 국채보상운동, 자정순국, 만주지역 항일투쟁, 6·10만세운동, 의열투쟁 등 독립운동가들의 쉼 없는 항일투쟁 활약상이 관련 유물과 함께 후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북 안동에서 일어나 구한말 의병항쟁의 선두에 선 갑오의병, 박열 선생이 일본 천황 암살 미수 후 조선 관복을 입고 법적 투쟁을 벌이는 모습 등이 디오라마로 펼쳐져 있고, 곳곳에 손으로 만지고 영상과 함께 음성이 지원돼 어린아이들부터 청소년, 어른들까지 재미있게 우리 역사를 배울 수 있다.

또한 ‘벽관고문’ 등 독립운동가가 겪었던 악독한 일제의 만행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며 그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기념관은 이렇게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해 우리 민족의 아픔을 직시하고 과거의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을 힘을 길러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독립관 중앙의 3D영상실을 돌아 나서면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6·10만세운동의 주역, 항일 투사 권오설 선생이 갇혔던 철관이다. 당시 일제가 권오설 선생을 고문으로 숨지게 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선생의 시신을 철관에 그대로 방치해 봉분과 비석도 세우지 못하게 했던 것을 지난 2008년 발굴한 것이다.

 

▲ 항일투사 권오설 선생이 일제의 고문으로 갇혀 있다 순국 후 그대로 매장 당한 것을 지난 2008년 발굴해 시신을 수습한 철관.

 

이제는 부식돼 조각조각 남은 녹슨 철관에는 독립운동가의 정신이 스며 있다. 철관은 정상적인 장례절차도 치르지 못했던 그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과 ‘독립’의 염원, 나라사랑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기념관은 독립운동에 나섰던 여성 독립지사도 놓치지 않았다. 자신과 가족을 희생시킨 명문가 선비들의 뒤를 지키고, 직접 독립운동에 뛰어들기도 하는 등 어머니, 아내에 머물지 않고 민족의 등불이 돼 이름도 없이 스러져 간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자세히 다뤘다.

광복의 꽃으로 핀 남자현 지사, 김락 선생 등 여성독립운동가를 살펴본 후 옆 건물, 의열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의열관은 안동 독립운동의 뿌리가 된 전통마을의 항일투쟁을 전시하고 있는 ‘안동실’과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경북지역 사람들의 51년 독립운동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추강영상실, 아이들이 독립군 의상을 착용해보고, 독립자금 모으는 일을 경험해보는 등 체험공간인 새싹교육실이 있다.

관람을 마치고 의열관 왼편으로 나가면 잊지 말아야 할 이름, 경북지역 독립운동가 1,000분의 이름을 새긴 추모벽을 만난다. 새겨진 이름 한 분 한 분, 그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억하며 새로운 땅으로 들어서라는 메시지를 듣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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