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0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영화 ‘암살’의 한 장면.

2015년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일제 강점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협상, 소녀상 철거 등의 이슈가 이어져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한 몫 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치열했던 삶을 그린 영화도 줄줄이 개봉하며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무더위, 한 편의 영화로 대한민국 독립의 의지들과 보훈의 뜻을 되새겨본다.

 

#암살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지난 2015년 7월에 개봉한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이 열연했던 독립투사 안옥윤의 대사다.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중국, 만주 등 다른 나라로 망명해 조국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끊임없이 펼쳤던 독립운동가의 불꽃같은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암살은 1930년대를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임시정부의 독립군 저격수가 조선주둔군 사령관과 친일파 조선인 암살 작전에 투입돼 작전을 실행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1933년 상해임시정부에서 독립투쟁을 하던 독립군들에게 주어진 ‘암살’ 임무를 소재로 한 영화로 임시정부의 지도자 중 한 명인 김원봉(조승우 분)은 일본에 노출되지 않은 독립투사 세 명에게 친일파를 암살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독립군 최고의 저격수인 안옥윤(전지현 분), 독립군 양성학교인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이 암살자로 선정돼 일본군 사령관과 친일파를 죽이라는 임무를 받고 경성으로 떠나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일제강점기 독립군들이 겪은 고난과 역경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 영화는 실존인물인 김구 선생과 김원봉 등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고, 임시정부 요인들이 활보하던 상해 거리, 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경성의 서소문 거리 등 당시 모습이 생생히 그려졌다.

 

#동주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동주’는 뜨거운 피를 가졌던 아름다운 두 청년에 관한 이야기다. ‘별 헤는 밤’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 열사의 빛나는 청춘을 그린 이 영화는 이름도, 언어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을 그렸다.

1917년에 태어난 동갑내기 두 사촌형제는 1945년 서른도 되기 전 수감 중 세상을 떠났다. 윤동주 시인은 풋풋하고 아름다운 시구로 오늘날 우리에게 아주 유명하지만, 당시 일제에 저항하는 저항시인으로 한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청춘들 사이에서 씻을 수 없는 부채의식을 안고 살아가는 지성인의 모습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억압, 꽃다운 나이에 감옥에서 숨을 거둔 비극적인 삶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영화 ‘동주’는 100% 흑백영화로 제작됐으며, 감독이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열사에 대한 배려로 자극적인 장면을 일부러 넣지 않아 상업적인 재미는 떨어질 수 있으나 아팠던 시대를 살았던 주인공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박열

 

지난해 경북 문경 출신 독립운동가 박열(190 2~1974)의사와 일본인 부인 가네코 후미코(1903~1926) 여사의 항일운동을 다룬 영화 ‘박열’이 개봉됐다.

박열 의사는 문경에서 태어나 탄광촌에서 일본인에게 착취당하는 조선인의 참상을 보고 자랐다. 1919년 일본 유학길에 오른 그는 신문 배달과 인력거를 몰며 어렵게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1920년 조선 청년들과 함께 의혈단, 흑우회를 조직하는 등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펼쳤다.

가1922년 자신의 시를 보고 공감한 일본인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를 만나 결혼한 그는 부인과 함께 일본 왕세자 결혼식에서 일왕 부자 암살을 기도해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이후 대역죄 혐의로 구속돼 4차례에 걸친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영화는 박 의사의 젊은 시절부터 일제에 구속돼 사형을 선고받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가 일본 법정에서 “일본 왕을 대표하는 재판관이라면 나는 한국 민족을 대표하기에 조선 옷을 입을 것이며 재판관석과 피고석의 높이를 동등하게 하고, 나는 한국말을 사용할 테니 통역을 두라”고 말할 만큼 기개가 당당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무고한 조선인 6,000여 명을 학살한 관동대학살을 은폐하려는 일본 내각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사형을 무릅쓴 대역사건 재판에 기소된 박 의사와 가네코 여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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