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최고 고서로 한의학의 성경이라고까지 불리는 황제내경에 ‘여자 칠칠 임맥허 태충맥쇠 천계갈 지도불통 고형괴이무자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것을 풀어보면 ‘여자는 나이가 49세가 되면 임신을 주관하는 임맥이 허해지고, 간이 주관하는 태충맥(혈을 저장하는 간의 기운이 흐르는 맥)의 기운이 쇠해지며, 천계(생식능력을 갖춘 물질)가 마르고 생리가 불통하므로 형체가 마르고 자식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대개 남자는 양에 속하므로 기를 근본으로 하고 여자는 음에 속하므로 혈을 근본으로 하는데, 여자는 49세를 전후로 간의 혈이 쇠해지면서 생리가 멈추게 된다고 황제내경은 보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늙으면 모든 에너지(기혈)가 쇠퇴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데 사람의 에너지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생명을 유지하는 일차적인 생존 기능을 담당하는 생존 에너지와 이차적인 번식기능을 담당하는 생식 에너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젊고 에너지가 충만할 때는 이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기혈이 줄어들게 되면 인체에서는 일차적인 생존기능을 더욱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자연히 이차적인 생식기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그래야만 체내의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생존기능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혈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양의 성질 즉 열적인 성질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안면에 홍조가 일어나고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두근해지고 심한 경우에는 불면까지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의학적으로 볼 때 갱년기 증후군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간의 혈이 쇠하기 때문으로, 한방에서는 갱년기 증후군에 간의 혈을 보강하는 사물탕을 투약합니다. 물론 다시 생리가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런 인체 변화에 조금은 더 부드럽게 적응하도록 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보혈제 복용으로 간의 ‘혈’ 보강·관리해야

또한 평소에 몸이 약했던 여자 분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서 좀 더 일찍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고, 건강한 여자 분들에 비해서 생리가 비교적 일찍 끊기는 현상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갱년기 증상 자체도 건강한 여자 분들에 비해서 훨씬 더 심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평소에도 간의 혈이 부족한 여자 분들은 생리를 할 때 생리의 양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현저하게 적은데, 따라서 평소에 생리의 양이 너무 적은 증상을 가지고 있는 여자 분이라면 갱년기가 오기 전에 미리미리 보혈제를 복용해 간의 혈을 꾸준하게 보강해주고 관리를 해주는 것이 갱년기 증상을 좀 더 완만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김병민 대전보훈병원 한방과 부장, atkbm@hanmail.net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