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테프스크 위에서(연도미상), 판지에 과슈, 수채, 흑연, 크레용, 515x643mm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작품이 서울을 찾았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대인 문화 예술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이스라엘 미술관이 기획한 전시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샤갈과 그의 딸 이다(Ida)가 직접 기증하거나 세계각지의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샤갈 작품 중 150여 점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 샤갈 전시는 앞서 2015년, 2016년 이탈리아 로마와 카타니아에서 열려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며 총 30만 명의 누적 관람객을 기록한 바 있다.

어린 시절부터 화가가 되기를 열망했던 샤갈은 1919년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루브르미술관과 화랑을 찾아다니며 인상파와 후기인상파, 입체파, 야수파 등 당대 화가들의 빛과 공간에 대해 탐구한 샤갈은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양식을 구축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 샤갈의 삶과 사랑을 집중 조명한다. 전시는 초상화, 나의 인생, 연인들, 성서, 죽은 혼, 라퐁텐의 우화, 벨라의 책 등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 전시를 통해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유대인으로서의 샤갈부터 러시아를 떠나 베를린, 파리, 미국을 돌며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죽는 날까지 고향을 그리워했던 샤갈의 삶과 첫 번째 부인 벨라에 대한 크나큰 사랑이 그의 작품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샤갈의 회화, 판화, 삽화, 태피스트리,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50여 점이 전시돼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혼을 불태운 샤갈의 숨겨진 면모까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화상과 자서전 ‘나의 인생’에 실린 삽화로 시작되는 전시는 샤갈의 성장과정과 작품 배경부터 이해하게 해준다.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기도하거나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와 씻는 모습, 어머니의 무덤 등을 묘사한 작품을 보면 샤갈의 사랑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만하다.

▲ 사랑하는 연인들과 꽃(1949), 컬러 리소그래피, 649x481mm

비테프스크의 하늘을 떠다니는 남성은 고향을 떠나 방랑하는 자신과 유대인을 상징하며, 샤갈의 대표 연작인 ‘연인들’은 아내 벨라에 대한 크나큰 사랑에서 시작된 주제다. 샤갈 그림 속 연인들은 보금자리 같은 꽃다발 속에 파묻혀 있거나 하늘을 날고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샤갈이 예루살렘 하사다 병원의 교회당 안에 만든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성서’를 그대로 재현한 전시실이다. 샤갈은 스테인드글라스를 “나의 심장과 세상의 심장 사이에 놓은 투명한 칸막이”라고 표현하며 1950년대부터 관심을 가졌다.

이 작품은 12개 창문에 야곱의 후손으로 구성된 열두지파를 묘사했는데, 러시아에서 보낸 유년기의 기억과 자신의 즐겨 그리던 동물, 종교에 대한 헌신까지 한꺼번에 담겨 당나귀와 비둘기, 올리브 나뭇가지 등을 새겨 넣은 창문을 통해 총천연색 빛이 어둠속으로 쏟아진다.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단 한 가지 색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샤갈은 사랑을 통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고, 작품을 통해 삶의 기쁨과 사랑을 노래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낙천주의와 천진함이 빚어낸 희망의 메시지는 현대사회 속에서 각자의 어려운 상황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서울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9월 26일까지. 성인 1만5,000원. 국가유공자 할인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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