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현재 약 200여개의 나라가 존재한다. 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사회는 국내 사회와 달리 권위 있는 조직에 의해 유지되는 법과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질서를 해치는 일을 할 경우 강제력을 가진 경찰, 법원 등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어느 나라가 잘 못 했다고 그 나라를 잡아다 가둘 경찰도 법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들은 결국 자신의 힘이 없을 때 언제라도 깡패 같은 힘센 이웃 국가들에게 당하고 살아야 하며, 최악의 경우 나라를 빼앗기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국가들은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국력을 증강 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힘이 있어야 자신의 독립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힘에 의해서 질서가 유지되기 때문에 국제정치는 힘의 정치(Power Politics)라고도 불려진다.

한미동맹, 역사상 최고의 동맹관계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자신의 힘만으로 모든 문제를 다 해결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국가들은 다른 나라와 힘을 합쳐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다. 우리나라는 한국 전쟁이 끝나던 1953년, 미국과 동맹이 되었다. 즉 한국과 미국은 외부의 적이 침략을 해 오면 함께 싸우기로 약속한 나라가 된 것이다. 60년 전 한국은 북한이 남침 전쟁을 막아야 했고 미국은 국제공산주의, 즉 소련 진영의 세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미국이 원하는 것과 한국이 원하는 것은 사실상 같은 것이었다.
한미 두 나라는 동맹의 역사상 최고의 동맹관계라고 말할 수 있는 대단히 밀접한 동맹국이 되었다. 전쟁이 나면 미국군 사령관이 지휘하게 되어 있는 한미연합사 구조는 한미동맹을 정말 막강한 동맹으로 만드는 요체다. 전쟁이 나면 한국군 70만명이 사실상 미군이나 마찬가지가 되는 데 북한 혹은 자신의 세력 확장을 원하는 그 어느 나라가 감히 대한민국에게 전쟁을 도발할 수 있겠는가?
한미 동맹은 1차적인 목표인 한국전쟁 재발 방지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동맹 체결 당시 세계에서 제일 가난했던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제공하는 안보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지금과 같이 발전한 나라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북·중 관계, '인접 약소국-강대국' 동맹 한계 봉착

한미동맹이 이처럼 성공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들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약소국이 강대국과 동맹을 맺을 경우 가장 두려운 문제는 강대국이 자신의 동맹국인 약소국의 영토에 대해 야심을 갖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정학적으로 보았을 때 이웃에 있는 강대국은 양호한 동맹국이 될 수 없다는 철칙이 있다. 지금 북한과 인접 강대국인 중국의 동맹관계가 삐걱거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북한이 자리하고 있는 땅의 옛주인 인 고구려를 중국의 일부라고 우기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나라가 안심하고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강대국은 결코 이웃에 있는 중국, 일본, 러시아가 아니라 멀리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은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잘 유지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이다.
물론 앞으로의 세계가 지난 60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한때 한국보다 더 잘 살았던 북한은 국민을 굶겨 죽이는 최악의 빈곤 독재국가로 타락했다. 소련도 몰락했고 중국의 공산주의도 몰락했다. 물론 그렇다고 국제정치, 특히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아니다. 전 세계 방방곡곡에 영향을 미치는 테러리즘이라는 골치 아픈 불안정 요인이 등장했으며, 중국의 급속한 경제부상과 군사력 증강,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노골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일본의 우경화 등은 미래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최대 불안요소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이 작금 당면한 국제정치 상황은 마치 100여년 전 조선이 당면했던 국제정치 상황과 흡사하다. 다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100여년 전 조선과 전혀 다른 점 한 가지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미 양국은 세계 최고의 동맹으로 남자고 약속했다. 한미 양국은 향후 한미동맹은 북한 문제뿐 아니라 한반도를 넘는 동북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의 문제도 함께 대처하자는 포괄적, 전략적 동맹으로 승격시키자고 약속했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동북아시아 안보의 린치핀(Linchpin)이라고 말했는데 린치핀이란 바퀴를 축에 고정시키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장치를 말한다.

한미연합사는 동맹의 안전장치

미국은 현재 경제력 증강 속도보다 거의 두 배나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는 중국을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의 가장 큰 잠재적 우환으로 간주한다.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정책에 협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 여기서 우리가 원하는 한중관계와 미국이 기대하는 한중 관계에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 대외정책의 원칙이 ‘한미동맹 최우선’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때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반미주의 정치세력들 때문에 우리는 친중국으로 경도되고 한미연합사 해체, 전시작전 통제권 단독행사 등 사실상 한미동맹 와해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4월 17일로 예정됐던 한미연합사 해체 일자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지만 이를 북한의 위협이 대폭 해소되는 시점까지 무기한 연구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한미연합사 체제는 한미동맹이 가장 강력한 동맹임을 상징하는 안전장치다. 안전장치를 해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된다면 한미동맹은 우리 대한민국이 자유민주 통일을 이룩한 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핵심세력일 뿐 아니라, 세계 강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하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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