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계세요? 나는 큰소리로 음악과 흥이 넘치는 국가유공자 어르신 댁을 방문해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웃음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나오시는 모습에 “아버님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하고 여쭤보니 “당연히 좋지. 오늘도 이렇게 예고 없이 보훈청에서 방문해 줬는데, 좋은 일이 또 생길 것 같아”하시며 웃는다.

67년 전 6·25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을 지켰던 국가유공자분들이 이젠 평균 나이 88세의 고령이 됐다. 그러나 힘이 부치는 상황임에도 수동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하는 노인’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능동적으로 보탬과 기쁨을 주고 봉사하면서 더불어 살겠다’고 생각하시는 모습을 보면 항상 가슴이 뭉클해진다. 

보훈 젠틀맨. 어르신들이 만든 동아리 이름이다.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 필요로 하는 분들이 한 분이라도 계실 때 우리가 나서 도움이 되겠다, 이렇게 의기투합했다. 

연세들이 많아 하실 수 있는 일들이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건 우려일 뿐이었다. 인근 초등학교를 찾아가 연날리기와 붓글씨를 가르치며 손자 손녀와 같이 하루를 즐기시는 일, 아이처럼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보는 이들을 함께 신나게 했다. 아이들은 또 얼마나 신기해하는지. 위탁병원을 찾아가 병환에 고생하시는 동료들에게 잘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연습한 노래를 불러주며 따뜻한 말을 건네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보는 이들이 위로를 받게 하신다. 

멀리 있는 자녀보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와서 말벗과 청소를 해주는 보훈섬김이를 기다리는 이 분들, ‘불편하고 힘든 우리를 위해 나들이에 초청해 주는 경북북부보훈지청에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항상 인사하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따뜻한 보훈은 우리 국가유공자분들의 이제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북북부보훈지청은 오늘도 ‘따뜻한 보훈’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어르신들의 재능기부와 지역사회 봉사단체와 연계한 각종 지원제도의 확충, 바깥나들이가 어려운 독거·고령 국가유공자 한 분 한 분의 수요를 읽어내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봉사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전쟁터에서의 영웅담을 들려주실 때의 모습은 얼마나 정정하신지 그 모습이 꼭 청년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 얘기를 건성으로 듣지 않고 따뜻하게 들어주시는 모든 관계자들을 보면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정이 있는 훈훈한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뜻한 보훈은 그 훈훈한 사회, 국가유공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한 우리 보훈청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이다.

경북북부보훈지청 보훈복지팀장 김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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