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넓은 낙동강만 건너면 대구, 부산 등 주요 도시로 들어갈 수 있는 길목. 그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68년 전 전쟁의 비극 속에 그 어떤 전투보다도 격전을 치렀던 칠곡,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호국평화기념관이 들어섰다. 평화로이 흐르는 낙동강과, 이제는 ‘호국의 다리’가 된 왜관 철교, 그리고 다부동 전투 격전지가 기념관을 감싸고 있다.

 

▲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세워진 칠곡호국평화기념관.

마치 평화를 상징하듯 유선형의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기념관의 외형은 펄럭이는 태극기를 본 땄다. 그리고 기념관 너머로 낙동강 푸른 바람에 나부끼는 대형 태극기가 보인다. 칠곡에서 벌어졌던 55일간의 낙동강 방어선 전투(1950년 8월 1일~9월 24일)에서 국군과 유엔군이 전세를 역전시키고 전선을 지켜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한 55미터 높이의 게양대에는 365일 태극기가 휘날린다.

기념관으로 들어서면 총탄에 상한 커다란 철모가 기념관 로비에 희생된 선열들의 봉분인 듯 놓여있다. 총탄에 상처 입은 철모의 구멍에서 6·25전쟁의 비극이 느껴졌다. 철모 위에 장식처럼 늘어진 조형물은 55개의 탄피로, 55일간의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치열함과 위기를 기회로 바꾼 그날의 전투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 기념관 로비에는 총탄에 손상된 철모가 청동으로 제작돼 놓여 있다. 철모 바깥에는 낙동강 방어선 전투와 관련된 내용이 당시를 추모하듯 새겨져 있다.

 

왜관철교, 호국의 다리로 개칭

철모를 지나 따뜻한 봄날 체험학습 나온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따라 로비층 전투체험관으로 향했다. ‘체험관’이라는 이름답게 입구에서부터 당시 환경과 상황을 재연한 부서진 벽과 경계태세를 갖춘 국군 모형이 전장의 모습을 생생히 그리고 있었다.

새싹 같은 아이들이 당시 피난민들의 곤궁했던 삶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체험관이 이끄는 길로 들어섰다. 길목마다 마련된 체험 코너는 강의식 전시물 대신 직접 만지고 입으면서 편안하게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꾸며져 있었다. 마음껏 뛰고 만지는 기념관에서 아이들은 평화의 소중함과 전쟁의 위험과 아픔을 자연스럽게 배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전투체험관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전시물은 왜관철교. 6·25전쟁 당시 파죽지세 북한군에 밀리고 밀려 낙동강까지 내려온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을 최후의 보루 삼아 방어선을 구축하고 밀려오는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폭파했던 다리다.

많은 희생자를 냈으나 6·25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키고 인천상륙작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했던 왜관 철교는 복구 작업을 거쳐 ‘호국의 다리’로 이름을 바꿨다. 지금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걸어서 오갈 수 있다. 전투체험관은 이런 중요한 의미를 놓치지 않고 철교 폭파 당시를 재연해 뒀다. 철교를 오르내리고 만지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영상 속 당시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전쟁의 한복판으로 들어서게 된다.

 

▲ 체험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2층 호국전시관에서 6·25전쟁의 과정과 결과, 지금의 대한민국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층에 마련된 호국전시관은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전쟁 시기, 전쟁 후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연출돼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이 6·25전쟁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낙동강 방어선 전투 당시 쓰였던 무기, 장비, 군복, 군인의 생활용품 등 아픔이 담긴 전시물이 전쟁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순국선열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추모의 공간을 지나면 눈앞에 ‘학도병의 편지’가 펼쳐진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하고 부르며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중략) 죽음이 무서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머니랑 형제들도 다시 못 만나고 죽을 생각을 하니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어머니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그렇게도 다시 보고 싶은 어머니의 품에 끝내 안기지 못하고 전사한 이우근 학도병의 마지막 편지는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자아내는 동시에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그날의 교훈과 평화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한다.

 

호국평화탑, 평화수호 의지

 

▲ 기념관 오른편에는 1,129일간의 6·25전쟁기간을 의미하는 11.29미터의 호국보훈탑과 참전용사를 기리는 청동상이 서 있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전망대로 올라가면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념관 오른편에는 호국평화탑이 세워져 있다. 탑은 민간인, 국군, 학도의용군, 경찰 등의 동상이 앞을 지키고, 뒤는 다부동 전투, 유학산 전투, 328고지 전투 등 낙동강 방어선 전투 당시 치열했던 전투 상황이 묘사된 부조로 둘러싸여 있다. 마치 당시의 기개로 ‘평화’를 영원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지만, 선열들이 만들어 놓은 평화의 초석 위에서 우리는 열심히 평화의 길을 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그 길은 더욱 넓어질 것이고 머잖아 완전한 종전도 이뤄지리라. 지금의 평화를 만들어낸 순국선열들의 희생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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