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서해수호 55용사 흉상 지킴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대전봉사체험교실 회원들의 모습.

 

 

푸근한 미소가 풍요로운 5월의 바람과 닮았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앉은 그도 전 국민을 멍들게 했던 지난 1997년 IMF사태에 무너졌던 평범한 ‘아저씨’였다. 사업 실패로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런 저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어려운 누군가를 돕는 일은 패배감에 빠져 있던 그의 마음을 위로해줬다.

그때 ‘대전봉사체험교실’이 만들어졌다. 국가유공자를 돕고, 그들과 함께하는 모임, 이 단체를 이끄는 권흥주 회장이다.

“남을 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야 진정한 의미의 ‘봉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봉사를 제대로 지도해서 배우고 깨치는 학교처럼 만들고 싶어서 ‘교실’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그가 만든 단체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터전이 됐다. 처음에는 사업을 했던 그의 인맥을 젖줄 삼아 기부와 나눔이 시작됐는데, 입소문이 크게 나서 점점 기부자와 기부 규모가 커졌다.

주변의 자발적인 도움에 감동한 그는 더욱 열심히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고 또한 손길이 필요한 지역사회 곳곳에 그렇게 모인 온기를 전달했다.

권 회장과 이 단체가 국가유공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4년 전쯤이다. 국립대전현충원 묘역 정화 활동을 하다 어렵게 생활하는 국가유공자를 돕기 시작했다.

국가유공자를 지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가 속한 단체로 다양한 기부가 이어졌다. 생활편의를 위한 물품부터 밑반찬, 식재료 지원까지 따뜻한 마음들이 모였다. 그것은 곧바로 국가유공자분들께 전달됐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엄마와 아빠가 아이 손을 잡고 국가유공자 댁에 방문해서 사연을 청취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줘요. 6·25전쟁 이야기를 참전유공자께 직접 들으며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시간이 되기도 하죠.”

그는 지역의 현충시설을 돌보는 일에도 열성이다. 특히 지난해 대전현충원에 설치된 서해수호 55용사 흉상지킴이를 자처하며 봉사활동 릴레이에 나섰다. 그와 봉사체험교실 회원들은 매주 55용사의 흉상 부조를 깨끗이 관리하며 주변에 널리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은 대전충남지역 현충시설을 방문해 참배하고 주변 정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권 회장은 주변 정화뿐만 아니라 관리주체에 수리·정비 신고까지 도맡으며 지역 현충시설 지킴이 역할까지 완벽하게 수행 중이다.

‘역사문화기행’이라 이름 붙이고 소풍가듯이 떠나는 현충시설 봉사활동은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다. 역사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현충시설을 왜 소중히 다뤄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애국심과 존경심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국가유공자 기부 등 봉사활동과 별개로 그는 지역의 독립유공자와 고령의 국가유공자 댁을 지속적으로 찾아 안부와 사정을 살피고 있다. 국가유공자 봉사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란다.

“국가유공자 어르신 댁을 찾으면 꼭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젊은 날 나라를 위해 희생하셨으면서도 뭐 하나 당연히 여기지 않는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도 생기고, 더 많이 돕고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런 진심이 통했는지 지난해에는 국가보훈처에서 주최한 ‘보훈문화상’ 예우증진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때 받은 상금은 천안함 순직용사 자녀 장학금, 국가유공자에 겨울용 의류 전달 등으로 고스란히 보훈 가족에게 돌려줬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삶을 위로하고, 추모하는데 쓰고 싶다는 그는 대전청에 ‘보훈 가족에 선풍기를 전달하러 가야한다’며 일어섰다. 보훈 가족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뜨거운 여름 맺히는 땀을 식혀주는 서늘한 바람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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