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자연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 한 줄로 다가올 여름을 기다리자.

여름의 길목으로 들어서는 5월의 햇살은 한가하면서도 초록강산이 한여름의 강렬함에 버틸 수 있도록 미리 응원을 보낸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어린잎들이 적당히 따가운 햇살과 아직은 서늘한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제 녹음을 빛내기에 바쁜 시기. 보내기 아쉬운 봄의 끄트머리에서 사람과 자연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 한 줄로 다가올 여름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풀꽃 나태주

나태주는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평생을 살며, 거기에서 느낀 감성으로 시를 쓴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그의 시는 일상의 행복을 노래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기쁨을 더 진하게 노래한다. 그 시들은 참으로 아름답고 때로 숭엄하며 대부분 고귀하다. 그리고 모두 재미있다. 세상에 사는 즐거움을 흠씬 맛보게 해 준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은 그는 시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그는 시인의 전모를 파악해 시인의 일상적 한계까지도 이해해 그것을 짧은 시로 압축해 표현했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졌는데도 늘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의 천진한 눈을 가진 시인은 아주 소박하고 편안하게 진정한 행복이 어떠한 것인가를 노래한다. 그의 시는 자세히 읽어야 예쁘고, 오래 읽어야 사랑스럽다. 인생의 진실, 우주의 진리는 거창한 이론이나 기묘한 논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정하고 고요하게 세상을 바라볼 때 저절로 솟아나는 것임을 그의 시가 깨닫게 한다.

 

릴케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병약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육군학교에 입학했으나 중퇴한 뒤 시를 쓰기 시작해 열아홉 살에 첫 시집을 출판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르네상스 회화에 눈을 뜨며 연인 루 살로메에게 보내려고 쓴 ‘피렌체 일기’, 체코 민족 독립운동에 공감을 표한 단편집 ‘프라하의 두 이야기’, 루 살로메와 동행한 두 차례의 러시아 여행을 토대로 쓴 ‘시도서’, 로댕의 영향으로 강한 조형성이 드러난 ‘새 시집’ ‘형상 시집’ ‘두이노의 비가’ 등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릴케 시집’은 우리나라 문학계를 이끌어온 시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모아 엮은 책이다. 동경과 환상, 불안, 꿈과 순수한 사랑을 소박하게 그리고 있는 ‘첫 시집’과 소녀를 주제로 해 섬세한 직관과 깊은 이해력을 보여준 ‘초기 시집’ ‘시도서(時禱書)’ ‘형상 시집’이 한데 묶여 있다.

릴케의 시적 창작의 흐름을 엿볼 수 있도록 릴케의 시대별 시집 네 권을 하나로 묶은 이 책에는 모네, 르누아르, 마네, 세잔, 고흐 등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들과 뭉크, 모딜리아니, 클레 등 유럽의 유수한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수록했다. 명화를 통해 시의 언어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시를 통해 아름다운 이미지를 연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좀 더 흥미롭게 릴케의 시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님의 침묵 한용운

만해 한용운은 1879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해 향리에서 한학을 수학한 후 불가에 입문하였다. 3·1 운동 당시에는 33인을 대표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피검돼 3년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조선의 불교계 및 독립운동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현대시적인 자유시의 형태를 완성한 시인이다. ‘님의 침묵’은 이 땅에서 근대적인 자유시가 창작되기 시작한 이래 형이상학적 사유를 자유시라는 형식 속에 녹여낸 최초의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집은 심오한 불교적 사유에 시적 인식이 닿아 있어, 우리의 근대 자유시에 철학적이며 명상적인 깊이를 불어넣어 줬다.

‘님의 침묵’은 이별과 그 고통 속에서 참다운 삶의 의미를 깨닫고, 마침내 임과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크고 빛나는 만남을 성취한 생성과 극복의 시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님의 침묵’이라는 표제에서 침묵의 의미는 단순한 명상의 침묵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몸부림과 깨달음이 용솟음치는 생성의 적극적 침묵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남녀 간의 아기자기한 사랑의 애환을 노래하면서, 그 심층에 당대의 빼앗긴 현실과 민족을 되찾으려는 끈질긴 극복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성과 사상성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성취하고 있다. 임을 상실한 아픔과 비극적 현실의 쓰라림을 기다림과 희망의 철학, 사랑과 평화의 사상으로 극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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