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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면장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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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2  15: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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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담이나 격언의 묘미는 해학적 알레고리에 있다. 더하여 경구로서의 문학성 뿐 만아니라 카타르시스를 동반한다. 짧은 문장 속에 인문학의 진수와 철학이 담겨 있어 촌철살인의 짜릿함도 곁들인다. 이를 적절하게 구사하면 의사 전달도 명료해질 뿐만 아니라 대화를 풀어나가는 기지로도 한 몫 한다.

그런데 아무리 곱씹어 봐도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격언은 개운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말은 ‘누가 어떤 자리를 맡을 때는 그에 걸맞은 경험과 능력, 그리고 식견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의 비유로 이해되기는 한데, 한 편으로는 ‘몰라도 되지’ 하는 비아냥거림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 듣기에 따라서는 ‘알아야’ 보다 ‘몰라도’에 방점을 찍어 ‘아무나’의 대상에 면장을 올려놓고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면장은 지방행정의 최하위급 단위 기관장이다. 중앙부처-시도-시군구-면의 4단계 계선조직 기초행정 책임자이다. 국가 시책을 비롯한 각종 시혜사업이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되게 하고 효력을 발생시키는 기관의 장이다. 이런 일을 하는 면장이니만큼 당연히 알아야 되고 또 아는 사람이 맡아야 된다.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행정경력과 단위 기관장으로서의 지도력과 추진력, 그리고 목민관으로서의 도덕성 등 필요한 자질을 반드시 갖추어야함은 물론이다.

그런 바탕에서 주어진 법과 제도적 권한 아래 순리에 따라 행정을 펴고, 도리를 다하여 주민을 대하고 문리로서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면장의 할 일이다. 그런데도 왜 하필이면 면장(面長)에 빗대어서, 어찌 보면 빈정대는 것 같은 이런 속언이 생겨난 것일까?

이는 아마도 고전을 잘못 이해한 데에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논어의 양화 편에 공자가 아들에게 시(詩)를 아느냐고 묻는 말 중에, “수신과 제가의 덕목인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담장을 마주 보고(面墻) 있는 것과 같으니 학문에 힘써 바른 품성을 길러야한다”고 가르치고 있는데서 비롯되었지 싶다.

또 다른 출전으로는 북송의 제8대 임금 휘종의 말 중에 ‘배우는 자는 벼꽃 같고 낟알 같으며(學者 如禾如稻) 배우지 않은 자는 쑥 같고 풀 같으니(不學者 如蒿如草) 벼꽃 같고 낟알 같음이여!(如禾如稻兮) 나라에는 양곡이요, 세상에는 보배로다(國之精糧 世之大寶) 쑥 같고 풀 같음이여!(如蒿如草兮) 밭 갈기를 싫어하고 김매기를 고민하니(耕者憎嫌 鋤者煩惱) 나날이 담장을 마주보는 것과 같아(他日面墻) 후회한들 이미 늙은 뒤일 것이다(悔之已老)’라며 명심보감 근학(勤學)편에서 일깨우고 있는데서 알 수 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담장을 마주한 것처럼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음을 고전은 비유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관용구 ‘담장을 마주보는 면장(面墻)’을 동음어(同音語)인 면장(面長)에다 생각 없이 대입시킨 데서 오해가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알아야 면장을 하지’하고 예사로 써버릇하는 것은 문리(文理)와 가락을 모르고 읊는 풍월과 다르지 않다. 한 마디로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면장을 해봐서 하는 말이다.

이상규 1969년 6월 백마부대로 참전한 월남전참전유공자이며, 1991년 ‘시문학’으로 등단해 ‘응달동네’ 등 시집 4권을 펴냈다. 현재 경남 함안에서 ‘시 읽는 마을’ 대표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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