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몸은 임신과 출산을 거치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산후조리는 임신과 출산을 통해 변화됐던 몸의 상태를 임신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 태교가 아이를 위한 것이라면 산후조리는 전적으로 엄마를 위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아이들이 태어난 후 삼칠일(21일) 동안은 가족 외에는 아무도 아이를 만날 수 없게 했는데, 이 기간에는 태아뿐만 아니라 산모 역시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있기 때문에 질병에 쉽게 감염되기 때문입니다.

산후조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기를 피하는 것입니다. 대개 산후에는 몸의 기운이 너무 약해 땀이 많이 나게 되는데 이때 찬 기운을 맞으면 한기가 뼛속깊이 스미면서 소위 말하는 ‘산후풍’이 생깁니다. 따라서 산후조리기간에는 한기가 몸에 스미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산후에는 몸 전체적으로 부종이 생기기 쉽고, 관절 역시 마찬가지로 평소보다 상태가 나쁜 시기입니다. 산후에는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 등 적당한 활동을 조금씩 늘려가며 몸을 회복해야 하며, 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나중에 통증을 수반하는 관절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산후에는 되도록 소화되기 쉬운 음식이나 부드럽고 담백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차가운 음식이나 날 음식, 자극이 강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고, 산후에는 턱관절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산후에 좋은 음식으로는 미역, 다시마, 무 잎, 연근, 쑥 등이 있습니다. 미역, 다시마는 몸 안의 열을 식혀주고 피를 맑게 하며 요오드, 칼슘, 무기질 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특히 산모에게 좋습니다. 무 잎, 연근, 쑥 등은 무기질이 많아 산후 혈액을 맑게 하고 자궁 수축과 지혈을 도와줍니다. 그 외 육류나 달걀 등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식품과 지방분이 많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혈액 순환을 돕는 참깨나 검은깨 등도 좋습니다.

 

산후 한기 피하는 것 가장 중요

산후 보약은 단순히 몸에만 좋은 게 아니라 허약해진 산모의 기혈을 보해 산후 회복을 빠르게 하고 산후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출산 직후에는 자궁 수축과 혹시 생길 수 있는 자궁내의 어혈을 먼저 제거해주는 처방을 1~2주 정도 써야하고, 보약은 어혈이 제거된 것을 확인한 다음 복용해야 합니다.

호박이 부기를 빼준다 해 산모들이 출산 후 호박을 많이 복용하는데, 출산 후 생기는 부종은 신장이 나빠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임신 중 피부에 축적된 수분에 의해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출산 후 살빼기는 ‘이뇨’가 아니라 ‘땀’을 내서 해야 합니다. 늙은 호박의 이뇨 작용을 확대 해석한 산후 호박 복용은 산모의 신장에 오히려 더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김병민 대전보훈병원 한방과 부장, atkb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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