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앞두고 조선의 풍경과 풍속을 담은 작품들과 이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한 번에 만난다. ‘바람을 그리다: 신윤복·정선’전이 5월 24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린다.

조선의 대표적 화가 신윤복과 정선은 각각 한양과 금강산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즐겨 그렸다. 그래서 한양의 내밀한 속내를 담아낸 화가는 신윤복을 뛰어넘는 사람이 없고, 금강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화폭에 구현한 화가는 정선이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정선, 불정대, 금상산 유점사터에서 송림사터로 넘어가는 박달고개 위에 있는 바위.

 

 

 

 

 

 

 

 

 

 

 

 

 

 

 

 

 

 

▲ 신윤복, 단오풍정, 18세기 후기 작으로 단옷날 여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묘사.

조선 문화 황금기에 활동했던 신윤복과 정선, 두 거장은 조선의 ‘진경’, 즉 참된 모습을 서로 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해석하여 독자적인 화풍을 통해 보여준다. 신윤복은 한양이라는 도시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사랑과 욕망을, 정선은 금강산을 통해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표출했다.

신윤복과 정선이 주요 장르와 표현방식은 달랐지만, 그들이 지닌 예술적 독창성의 원천은 가장 우리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이번 전시를 위해 조선 진경의 두 거장인 신윤복과 정선의 주요 작품들을 공개했다.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 원작 전체를 공개해 ‘단오풍정’, ‘월하정인’, ‘쌍검대무’ 등 신윤복의 대표적인 작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해악전신첩’은 정선이 금강산의 명승지들을 원숙한 솜씨로 사생한 최절정기의 작품으로 학술적, 예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 지정이 예고돼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차세대 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전시되는 다양한 미디어아트다. 신윤복 작품은 ‘혜원전신첩’의 원작들 속에 화려한 색채와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숨겨진 이야기을 바탕으로 드라마적 상상력과 각색을 더한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선비와 기생의 사랑을 주제로 한 로맨틱 스토리는 오늘날 커플들의 데이트와 다를 바 없이 멋과 낭만, 그리고 감성이 녹아있는 장면들로 연출했다.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불러일으켜 신윤복의 풍속화를 한층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였던 정선의 작품은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의 명승지를 소재로 그린 대표작 3점이 표현 기법은 물론, 그 안에 담긴 화가의 관점과 창작 원리까지 보여 주도록 만들어졌다.

장대한 금강산의 스케일을 기하학적으로 묘사해낸 3D 모션 그래픽에서부터 불정대의 까마득한 폭포수를 아름답게 승화시킨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까지, 압도적인 스케일(가로21m, 높이 5m)의 디지털 콘텐츠에 실감나는 사운드 효과를 더해 금강산의 장엄한 풍광을 입체적으로 체험하는 새로운 기회다.

 

▲ 굽은 선은 물결로 살아나고, 불정대의 폭포수를 아름답게 승화시킨 프로젝션 맵핑.

또한 신윤복과 정선이 그려낸 한양과 금강산을 하나의 여정으로 묶어 마치 원테이크 뮤직비디오를 찍듯 그림 사이를 넘나드는 디지털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등, 다양한 미디어와 설치 작품들이 원작과 어우러져 전시의 가치와 흥미를 배가시킨다.

전시장에는 미디어아트와 설치 미술의 결합으로 시각적 메시지를 즐기고 공유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혜원전신첩’ 속 인물들의 다양하고 화려한 의상을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작가가 재현했고, 이이남 작가는 정선의 ‘금강내산’과 ‘단발령망금강’을 모티프로 미디어아트 작품을 출품했다.

 

▲ 이이남, 정선의 ‘단발령망금강(1747)과 금강내산(1747)’을 모티브로 만든 금강전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지하철 2, 4,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매주 월요일 휴관, 성인 1만 원, 국가유공자 본인 및 동반 1인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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