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인들은 한의원에 가서 “화병입니다”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구성원들 중 화병의 원인인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한의서에 보면 ‘화를 자주 내면 간이 상한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렇듯 한의학에서 말하는 화병은 갑작스런 분노를 자주 느끼거나 또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화를 자주 내 간이 손상돼 생기는 병을 말합니다. 특이한 점은 간의 손상이 화를 자주 내서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간에 이상이 있어도 자주 화를 내는 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화병의 초기증상은 공연히 짜증이 잘나고, 조금 더 진행하면 뒷목이 뻣뻣해 집니다. 뒷목이 뻣뻣해지는 것은 간에서 발생한 열이 뒷목을 통해 머리 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화로 인한 열은 체온계로 잴 수 있는 열은 아니지만 화병으로 인한 열도 열이 가지는 기본적인 성향인 상승하고 팽창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병의 열이 상승하면서 뒷목의 혈관을 팽창시켜서 뒷목을 뻣뻣하게 하고 얼굴의 혈관들을 팽창시키면서 얼굴을 붉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기구가 열을 가하면 부풀어 오르는 것과 같이, 열을 받은 혈관들이 부풀어 오르면서 뒷목에 부담이 생기고 얼굴과 눈의 혈관들이 부풀어 오르면서 충혈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열이 이 정도가 되면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열이 탄력을 상실한 뇌혈관을 손상시키면 그것이 바로 중풍이라는 병이 되기 때문입니다. 간혹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화를 내다가 뒷목을 잡고 쓰러지면서 중풍이 발생하는 장면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화를 잘 다스리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심호흡 가슴 쓸어내리기 ‘효과’

그렇다면 우리는 화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요. 혹자는 무엇인가를 때려 부수면 훨씬 나아진다고들 합니다만, 한의학적으로는 화를 다스릴 때 화로 인해서 거칠어진 호흡을 다스리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깁니다.

화가 날 때는 우선은 심호흡을 합니다. 심호흡을 해서 정신을 바로 잡은 후에는 화의 기운이 위로 치솟는 것을 아래로 내려줘야 합니다. 이때는 손바닥을 사용해 위에서 아랫방향으로 즉, 가슴부터 아랫배까지 쓸어 내려주는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면 됩니다.

이는 아주 간단하지만 실제로 화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도인법입니다. 이 도인법은 화가 났을 시 사용하기도 하지만, 평소에도 도인법으로 마음을 가라앉게 하면 좋습니다. 시행할 때 손바닥에 정신을 집중하면 더욱 효과가 좋아집니다. 평소 심호흡과 도인법을 통해 화를 잘 다스려보시기 바랍니다.

김병민 대전보훈병원 한방과 부장, atkb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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