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2014년부터 국가유공자 발굴·등록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병무청, 행정안전부등 7개 관계기관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해 미등록 참전유공자를 발굴하고, 현재까지 5,000여명 이상을 등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 지청에서도 국가유공자 발굴·등록 사업을 통해 안강읍에 거주하시는 오기종 선생을 참전유공자로 등록해 드렸다. 발굴을 통해 등록하는 분 중 몇 안 되는 생존 참전유공자 이시기에 댁에 직접 방문하여 대통령 명의 국가유공자 증서를 전달해 드리게 됐다. 어르신께 증서를 전달하려는 찰나, 학교를 마치고 현관을 들어서는 똘망똘망한 어린 손자의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은 ‘아,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구나’를 깨닫게 해주었다.

미등록 참전유공자 발굴·등록사업은 국가유공자 개인의 희생과 공헌에 대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보답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이분들의 희생으로 오늘날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할아버지처럼 우리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우리가 미등록 참전유공자 발굴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목표일 것이다.

국가를 위해 총을 들고 전쟁터를 누볐으나 이제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르신의 야윈 두 손을 잡고, 늦게 찾아 드린 데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진심으로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모든 마음을 담아 오래오래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건넸다. 어르신이 치매 증상 때문에 문을 못 여셔서 잠금 장치의 건전지를 빼놓았다는 애잔한 설명을 뒤로한 채 현관문을 나서며, 현장이야말로 정책에 생명을 불어넣어 피부로 온기를 전하는 곳임을 깨달았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국가보훈처에서는 2018년부터 생계가 어려운 독립유공자 손자녀분들께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 기준으로 6만 명 이상인 대상자의 정보를 정비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지(방)청에 야근을 안겨 주었다.

꼬불꼬불 알아보기도 힘든 제적등본의 한문을 힘겹게 해독해가며 등록 안 된 독립유공자 손자녀들을 찾아내고, 각종 서류를 발급받아 등록해가는 긴 과정에 지쳐갈 때마다 예상 밖의 곳에서 듣게 된 많은 국가유공자 단체 관계자들의 지원과 칭찬에 그간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게 한다.

“이걸 우예 다시 들고 가노, 내 팔 아파 몬 들고 간다.” “그래도 안돼유, 마음만 받을 테니 다시 들고 가세유.” 너무 고마워서 이거라도 주고 싶다며 귤 한 박스를 놓고 가시려는 경주 할매와 이를 돌려보내려는 충청도 출신 복지사님의 실랑이 소리가 나른한 오후의 정적을 깨는 곳.

“남기지 말고 다 먹거래이. 할매는 허리가 아파가 방에 누워계시고, 할배는 암투병 중이라 몸도 안 좋으신데 보훈청에서 왔다고 냉동실에서 고이 꺼내서 싸주신기다.” 다 으깨진 홍시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홍시가 되는 곳. 진심을 전하면 진심이 돌아오는 이 곳이 2018년에도 따듯한 보훈의 온기를 나누는 사랑방이 되기를 기대한다.

고경연, 경북남부보훈지청 보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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