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와 사상을 정리해 놓은 기념관 내부 모습

서울 종로구 필운동. 오른쪽으로 청와대, 뒤쪽으로 북악산을 안은 따뜻한 분위기의 주택가다. 서울 맹학교와 서울농학교, 장애청소년들이 현실을 극복하고 꿈을 키워가는 마당 바로 앞에 우당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우당 이회영 선생의 혼과 정신을 기리는 전당이다. 우당은 독립운동을 통해 우리나라 노블리스 오블리주(사회적 지도자의 책임의식)를 실천한 귀감으로 꼽힌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집안은 ‘우리나라에서, 예부터 대대로 이어지는 문벌 높은 집안’을 뜻하는 삼한갑족(三韓甲族)으로 꼽히는 집안이다. 그는 조선 선조 때의 백사 이항복의 후손이며, 부친 이유승은 이조판서, 둘째 형 석영이 양자로 들어갔던 이유원은 영의정을 역임한, 대대로 벼슬을 해온 명문가였다.

 

임정 초대의정원 의원, 뤼순 감옥 순국

우당은 아우인 성재 이시영(광복 후 초대 부통령)과 이상설, 여조현, 이범세 등과 신흥사에 합숙하면서 신학문을 공부했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그는 상민들이 주류를 이루는 상동교회를 중심으로 전덕기, 이동녕, 양기탁 등과 함께 비밀결사 신민회를 조직하고 본격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1907년 우당은 조남승 남익 형제와 더불어 고종황제에게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대표를 보낼 것을 청하여 윤허를 받아 지기인 이상설과 이준을 밀사로 보내기도 했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우당은 형제들과 의논해 독립운동의 기지를 건설할 계획으로 집안의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일가족 40여 명과 함께 만주 유하현 삼원보로 망명했다. 당시 처분한 재산은 오늘의 가치로 600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당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1920년까지 약 3,500명의 독립군 간부를 양성했다. 이들은 봉오산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쟁취한 간부들로 활약했다.

1919년 상해로 이동한 우당은 임시정부 초대의정원 의원으로 참여해 ‘민주공화제’ 헌장을 채택하는 등 대한민국 임시정의 기초를 세웠다. 이후 북경으로 복귀한 선생은 새로운 독립투쟁 방식을 구상했다.

시국의 변화에 따라 아나키스트 항일운동에 집중하던 선생은 1932년 침체에 빠진 한중 양국의 무장항일의용군을 독려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중국 다롄에서 체포돼 뤼순 감옥 수감 중 일제의 악독한 고문으로 순국했다.

 

▲ 기념관 입구 우당 선생 흉상.

소박한 기념관, 활발한 활동 주목

우당과 선생 가문이 전 재산을 쏟아 부어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것에 비하면, 그의 기념관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부지 409평방미터의 건물 1층에 만들어진 기념관은 모두 350여 점의 전시물과 자료들로 이뤄져 있다. 전 재산을 바친 그의 정신처럼 기념관 역시 후손(이종찬 전국회의원, 이사장)이 100% 자부담으로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2003년 1월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이 된 기념관은 외양과는 달리 각종 역사교실, 연구강좌, 시민교실 등이 이어지면서 가장 활발하고 살아있는 현충시설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기념관을 들어서면서 만나는 선생의 흉상은 단호한 모습의 독립운동가 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흉상을 돌아 들어서면 성균관대 이상봉 교수가 2016년 제작해, 올해 3월 탄신 150주년 기념으로 기증한 초상화가 독립운동을 펼쳤던 동지들의 사진들과 함께 나란히 서 있다.

안쪽으로는 선생이 수집했던 서적과 각종 유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다시 만나게 되는 너른 공간에서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주제로 한 연표와 활동들이 그림과 함께 넓게 펼쳐져 있다. 다른 벽면은 선생의 말씀을 쓴 서화와 기사 등이 전시돼 있고, 확대한 전신사진과 중국 정부가 수여한 혁명열사증명서도 나란히 전시돼 있다.

둥글게 전시된 전시공간은 바로 이어 50여 명의 인원이 모여 각종 강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난다. 이곳은 옛 전시물과, 오늘을 사는 후손들이 그 독립정신을 이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이어갈 지혜를 얻는 자리이다.

우당기념관은 연간 10회의 우당역사문화강좌, 4주 교육으로 이어지는 4차례의 우당청소년역사교실, 6회의 독립운동사교육연구회 강좌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비정기적으로 각종 시민교실과 현장학습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역사박물관의 특별기획전 ‘우당 이회영 6형제’ 전시회를 마친 기념관은, 다시 차가운 겨울바람을 이겨내며 찾아오는 시민들을 이 공간을 통해 문화강좌로 따뜻하게 데워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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