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총각 때 보고 처음 볼 거야. 이게 대체 얼마만인지” 하시면서 80대 국가유공자 어르신이 지난 세월을 손으로 꼽으면서 60년 만에 영화관을 찾으신 소감을 풀어 놓으신다.

충남동부보훈지청이 고령과 거동불편으로 외부 나들이가 쉽지 않은 보훈가족들을 초청해 영화를 보는 자리에서다. 영화상영관을 운영하는 ㈜아라리오가 후원해 천안시 보훈단체 회원과 재가복지대상자들이 야우리시네마 프리미엄석 상영관에서 최신작 ‘아이 캔 스피크’를 보았다.

오랜만에 가족, 친구의 손을 잡고 영화관에 나오신 어르신들은 동네시장통 민원을 도맡아 동분서주하는 왈가닥 할머니 나옥분의 활약과 영어를 배우려는 끈질긴 노력에 공감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나옥분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충격적 사실과 미국에 있는 동생이 누나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해 줄 때에는 주인공의 서러운 감정에 관객들도 눈물을 흘렸다.

미국 하원의 2007년도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공개 청문회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용기 있게 증언하는 장면에서는 관객 모두가 나옥분이 돼 결의안이 채택되기를 소원했고,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될 때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영화를 보는 국가유공자들은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역사의 격랑을 거치면서 몸소 고난을 겪었기에 위안부 할머니의 심정을 누구보다 더 많이 공감했다.

어르신들은 영화의 이야기를 그 시절 어렵고 힘들었던 당신들의 시기와 함께 생각하면서 보았지만 영화관을 나설 때의 표정은 뭔가 여유가 있어 보였다.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아서 그랬을까.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과 달랐다. 국가유공자분들이 느낀 심정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세대가 공감하는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었지만 사회에서 국가유공자를 예우하고 보살피는 마음이 고마워서였다.

영화를 잘 보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영화관 측에서는 이런 기회로 국가유공자들의 공헌과 희생에 보답할 기회가 되었다니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복지지원 사업의 추진으로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는 것이 따뜻한 보훈이다.

보훈은 ‘보듬으면 훈훈해지는 마음’인 것 같다. 우리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보훈가족이 행복한 노후생활을 도모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복지지원 서비스를 하면 좋겠다.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따뜻한 보훈이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

장정옥, 충남동부보훈지청 이동보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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