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아이는 길을 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야 할’ 길이 있다. 이 날카로운 겨울에 그들은 자기들의 몸과 짐을 정해진 곳에 어서 빨리 배달해야 한다. 거기에 닿기도 전에 길이 다시 눈에 덮일지도 모른다. 지금 아낙이 친척 어른의 회갑 잔치에 한 양동이 술을 이고 가고 있다고 해도, 어떤 흥겨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그들의 발걸음은 노동이다. 기쁨도, 슬픔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포부도, 적막한 겨울 풍경에 대한 어떤 방식의 명상도, 뺨에 부딪는 차가운 눈의 감촉도 저 목적에 대한 집념을 끝내 이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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