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공주대 재직 중인 한 교수가 10여 년간 모아온 독도 관련 자료 700여 점과 한국근대 관련 자료 400여 점을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공주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김남훈 교수다. 독도에 관련한 스토리를 줄줄 꿰고 있는 모습에 역사가 아니면 여타 인문학을 전공한 ‘독서광’일거라 예상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자칭 ‘기계쟁이’라는 그는 독도 전문가이자 독도 자료의 체계적 수집에 큰 공을 세웠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그의 독도 이야기가 쏟아진다.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 독도 시간여행에 정신없이 빠져들다 보면 시대를 아우르는 그의 방대한 지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지난 2005년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 했는데, 제 눈에는 그게 너무 이상했어요. ‘일본이 왜 우리 독도를?’ 그때부터 독도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가 처음 독도와 관련한 자료를 모으겠다고 결심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선배들이 있었다. 평생 사료 수집에 힘쓴 고 이종학 선생을 비롯해 고지도를 수집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서정철 교수와 자타공인 독도 전문가 호사카 유지 교수도 있었다.

이분들의 생각과 활동에 깊이 공감한 그는 강의와 연구하는 시간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 수집 활동과 역사 공부에 몰두했다.

그의 독도 자료 수집 활동의 근간은 ‘모두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데 있다. 말로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독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가 가진 가장 기초적이고 근원적인 동기다. 공대에서 수업을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독도의 정확한 위치와 간단한 역사를 외우게 했다. 각자가 사는 집의 주소를 외우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애국심과 책임감의 일환으로 자료 수집에 나섰지만, 역사적으로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자료를 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중요한 자료가 나온 인터넷 경매에 매달리느라 밤을 새기도 하고, 전국 헌책방의 도서 목록을 일일이 검토했다.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 싶으면 구매해서 직접 확인하기를 10년. 자료를 분류하고 목록을 작성하는 일까지 챙겼다. 워낙 세세하고 꼼꼼한 성격인데다 ‘우표 수집’이라는 취미를 가졌던 것도 도움이 됐다. 지난 10년 그의 변함없는 열정이 어느새 1,000여 점이 넘는 고지도와 중요 문헌으로 모였다.

“수집은 먹고 사는 것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행히 아내는 저의 ‘독도 자료 수집 활동’에 공감해줘서 큰 힘이 됐습니다. 이번에 모든 수집물품을 독립기념관에 기증하는 것까지 시원하게 동의해 줬어요. 수집품을 기증하고 나면 ‘집은 넓어지겠네’라며 웃더군요.”

그의 수집은 처음부터 ‘기증’을 염두에 두고 시작됐다. 그는 결코 사사로운 마음으로 자료를 모아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역사적 근거를 모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독립기념관에 기증하기 전, 2016년 가을에는 사비를 털어 공주대 교내에서 ‘독도 지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 독립기념관 윤소영 연구위원과 함께 기증한 독도 자료를 살펴보는 김남훈 교수

“영국 지도 제작자 헤르만 몰이 1712년에 제작한 일본지도를 보면 ‘Sea of Corea'라고 명확히 표기돼 있습니다. 우리 해역과 독도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죠.”

그는 이번에 기증한 물품 중 몇 점의 지도를 보며 독도의 의미를 설명했다. 동해와 독도는 일제가 우리나라로부터 빼앗으려던 ‘해상주권’의 도구가 됐다. 그러다보니 그 원래 이름보다 일본식 이름이 명기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제가 얼마나 치밀하고 끈질기게 독도를 빼앗으려 했는지, 또 우리나라가 빼앗긴 ‘이름’과 ‘권리’를 찾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해 왔는지 동해 한가운데 당차게 솟은 섬 독도가 말해주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까지 “우리 역사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더 찾을 생각입니다”라고 덧붙이는 그에게서 나라와 이웃을 사랑하는 굳은 결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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