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기념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관람을 위해 로비로 들어선 모습.

 모든 역사는 사실 전쟁의 역사일지 모른다. 우리의 역사 역시 전쟁의 역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전쟁의 아픔을 딛고 오늘을 이룩했다. 멀리는 여진족과 돌궐의 침략, 민족 최대의 수난을 두 번씩이나 겪게 했던 일제, 그리고 가장 큰 상처를 남겼던 6·25전쟁까지 지나오며 찬란한 오천년 역사를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희생 위에 우리는 서 있다. 지금 우리들이 대한민국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것은 이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웠던 선조들 덕분이다.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억하며 호국보훈의 달 6월,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는다.

전쟁기념관은 ‘전쟁’이라는 명칭이 갖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우리나라 항쟁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사 교육의 장’이다. 선사시대부터 이 땅을 지켜온 우리 선조들의 대외 항쟁사와 각종 전쟁 유물이 전시돼 있는 전쟁기념관은 우리 민족의 모든 아픔을 기억하고 위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전쟁기념관 정문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탑과 탑을 감싸고 있는 호국군상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호국군상인데 태극기를 들고 주먹을 불끈 쥔 군인부터 그 뒤를 따르는 어린아이와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표정과 몸짓이 전쟁의 비극을 절절히 느끼게 한다. 탑 왼편으로는 북한군 동생이 국군인 형의 품에 뛰어들고 있는 형제의 상이 6·25전쟁 당시 한민족끼리 총구를 겨눠야 했던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눈으로 훑고 지나가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조형물을 지나면 평화광장이 펼쳐진다. 광장 양 옆으로 6·25전쟁에 전투부대와 의료부대를 파견했던 21개 참전국의 유엔참전용사 기념비와 국기가 세워져 있다. 펄럭이는 국기를 보면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국경과 인종을 넘어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평화광장을 가로지르면 비로소 전쟁기념관으로 입장할 수 있다. 기념관은 총 3층으로 구성돼 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자료가 방대해 차근차근 둘러보려면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반도 전쟁에 대한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1층 전쟁역사실과 2층 6·25전쟁실을 관람할 때에는 하루 2차례 진행되는 문화해설사의 동행 관람이 큰 도움이 된다.

2층 전쟁기념관 전시실 입구로 들어서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기리고 추모하는 ‘호국추모실’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순국선열을 향한 묵념으로 마음을 경건히 한 후 전시실로 입장하면 된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전쟁기념관은 북적였다. 병아리 같은 어린이들부터 연인, 친구끼리의 관람은 물론 단체로 견학 온 중·고등학생과 특히, 외국인 관람객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평일에 이렇게 많은 외국인 관람객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장소, 전쟁기념관은 그런 곳이다.

전시실 입구, 호국추모실에 한참 서 있던 금발의 관람객에게 말을 붙였다. 캐나다에서 교환학생으로 우리나라에 유학왔다는 에밀리 그랜트 씨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생활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뿌리와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 전쟁기념관을 찾았다”고 말하고는 호국추모비 앞에서 묵념을 했다.

호국추모실을 지나 시작되는 전시실은 2층의 북한 남침에서부터 정전협정까지 6·25전쟁의 모든 과정을 알기 쉽게 전시해 놓은 ‘6·25전쟁실Ⅰ·Ⅱ관’과 유엔군의 역할과 전쟁의 아픔이 담긴 유물을 전시해 둔 3층 ‘6·25전쟁실Ⅲ관’으로 구성돼 있다. 3층에서는 또한 대한민국 국군의 발전과정과 해외 파병 활동, 유엔 평화유지 활동상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실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며 우리나라의 승전과 패전에 일희일비를 거듭하다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소개한 임진왜란 전시실 한 쪽에 둥글게 모여 앉아 토론하는 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뭐라고 말을 걸기도 전에 그들은 “여기 너무 슬프고 무서워요. 모두 영화 속 이야기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요”라고 입을 모았다.

 

▲ 기념관 양측에 새겨진 유엔군전사자 명비에 헌화하는 유엔군 참전용사.

아이들의 이런 인식은 우리나라가 숱한 아픔과 파괴를 겪었으면서도 짧은 시간 안에 대단히 빠른 안정을 되찾았다는 자부심이 드는 동시에 그만큼 빨리 우리 선조의 희생이 희미해져가고 있다는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호국보훈의 달이나 특별한 날에만 찾게 되는 전쟁기념관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더 밀접하게 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을 기억해야 한다. 전쟁기념관은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전쟁을 치렀고, 그때마다 얼마나 많은 우리 선조들이 소중한 목숨을 바쳤는지를 확인하는 곳이다. 그리고 다시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늘 살아있는 이들의 각오와 소명임을 깨닫는 ‘역사 여행’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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