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힘이 빠진다. 우리는 늘 기대감으로 살기 때문이다. 상상으로만 가능하고 또 새로운 일, 다른 미래가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에 오늘 힘을 낸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침에 눈을 뜨면 주어지는 하루에 우선 감사한다. 늘 같은 일상 같지만 하루를 사는데 색깔이 다르고 또 기분에 좌우되기도 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허투루 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물질적인 것 말고 소득 없이 하루를 보낼 때가 더러 있다.

잠자리에 들면서 되뇌어 보면 감사할 일도 있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할 일도 있고, 나로 인해 이웃이 혹 상처 받지 않았을까 조금 후회될 때도 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서운했던 하루는 내 욕심 때문일 때가 많다. 손해 보지 않으려고, 손해일 것 같아서 망설이거나 마음 열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들면 내일이 꼭 필요하다. 오늘 같은 후회는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어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잊지 않고 기억하면 아름다운 일, 고마운 일, 보람 있는 일도 있지만 아픔인 일도 있다.

가까운 가족에게 말로 상처준 일, 말로 상처 받은 일, 좀 더 큰 일들에서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덜컥 저질러서 후회를 남기는 일도 있다. 똑같은 잘못을 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사람이니까 하다보면 또 비슷한 일이 잘못을 만들고 가슴을 치게 한다.

계절도 봄날에는 늘 봄이었으면 싶다. 움트는 새싹과 피는 꽃들이 마냥 좋았고,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몸을 움직이기에도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계절은 잡는다고 머물지 않고 손 저어도 때가 되면 우리 앞에 와 있다.

인간이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자연 앞에서는 그냥 무력할 뿐임을 매번 느낀다. 비도, 바람도, 땅의 흔들림도, 모진 가뭄으로 인해 겪게 되는 산불의 위력 앞에서도 그저 인간은 나약함을 느낄 뿐이다.

이런 재앙 앞에서는 순응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할 것 같다.

어제의 잘못, 서운함, 오늘 바로 잡으려 애쓰고 좋게 좋게 엮다보면 아름다운 내일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까. 웃을 일이 없어도 웃으며 살려고 내가 먼저 웃으려고 애쓰는 오늘이었으면 한다.

오래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나, 힘에 부치는 어려운 일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마음의 방향만 조금 바꾸면 하는 일이 가치 있고 보람 있다고 느껴지고, 그것으로 스스로 위로받지 않을까.

어제는 오늘을 위해, 오늘은 내일을 위해 있다고 믿는다면, 오늘은 ‘소비하는 오늘’이 아니고 ‘보람을 쌓는 하루’가 된다.

 

날마다 주어지는 참 푸짐한 하루에

보석 같이 먼지 같이 시소를 타고 있다

무거운 보석 다듬듯 가벼운 먼지 털 듯

(졸 시조, ‘하루’)

 

정표년 시조시인. 보훈병원에 입원 중인 남편(파월 맹호부대 소총소대장으로 참전)을 간호하고 있으며, 1990년부터 3권의 시조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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