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만의 귀향

   - 1950년 집 떠나 67년 만에 돌아온 군인

내 아버지랍니다

얼굴도 모르는 내 아버지랍니다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내 아버지로 나왔답니다

얼마나 고마운 지요

나도 모르는 내 아버지를 찾아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혼하고 석 달 뒤

전쟁터로 나가셨답니다

전쟁이 끝나고

유해도 없이

아버지의 전사통지서만 날아왔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 없이 나를 키우며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아오셨습니다

그러던 어머니가 지난 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더는 못 기다리고

남편 찾아 길 떠난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의 존재도 모르는 아버지가

찾아 오신 것을 보면요

젊은 아버지는 머나 먼 길 오시느라고

군화도 벗어던지고

군복도 걸치지 않은

너무나도 가벼운 걸음으로 오셨습니다

유골 한 점, 내 아버지

 

오늘은,

아버지의 따뜻한 손잡고

어머니 산소에 가는 길입니다

나는 아버지의 등에 업혀보고 가슴에도 안겨보고

아버지 없던 운동회가 생각나서 손잡고 달리기도 해봅니다

마냥 부러웠던 목마도 탑니다

아버지의 품은 넓고 따뜻해서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세 식구

처음으로 만나

67년, 못다한 이야기 꽃피울 것입니다

 

어서 가요, 아버지

붉은 진달래꽃길 저 너머

어머니가 계십니다

 

전외숙 (유엔평화기념관장)

* 2017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특별기획전 ‘67년만의 귀향’ 개막식에서 6·25전사자 유해발굴과정 및 유품 등을 둘러보며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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