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중근의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지 107년이 되는 해. 특히 올해 새롭게 재조명되는 안 의사의 삶과 가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3월 27일 대한민국이 봄을 맞이하는 이 때, 마침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는 안 의사 순국 107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유족과 일반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자리는 어느 때보다 경건했다. 순국하는 날까지 대한국인으로서의 기개를 지키고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안 의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정신적 귀감이 된다.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조국을 지켰던 그의 용기와 정의, 열정이다. 그의 삶과 업적이 재조명되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의사가 이토를 저격하고 나서 일본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장면.

뮤지컬로 부활한 안 의사

뮤지컬 ‘영웅’은 안 의사를 재조명하고 오늘날 그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이 뮤지컬은 ‘영웅이 그리워지는 시대’라는 공연 카피처럼 관객으로 하여금 진정한 영웅에 대한 갈망과 필요성을 일깨우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웅’을 향한 뜨거운 열기는 최근 시국에 혼란스러운 국민들이 진정한 조국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열망이 그만큼 뜨겁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안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 영웅은 벌써 6시즌의 공연이 성료됐고, 올해 7번째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올해 서울 공연은 지난 1월에 개막해 6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10만 명 관객 동원, 8주 연속 예매율 1위, 유료관객 88%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또한 ‘영웅’은 초연이후 처음으로 대대적 지방 공연 투어에 돌입해 3월 11일 창원을 시작으로 포항, 광주, 여수, 대전 등 전국 16개 도시를 6월까지 순회하는데 지방 공연 역시 예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영웅’ 열기를 전국으로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이 작품의 특별한 열기는 우리나라가 안 의사에게 쏟는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티켓을 구매한 관객뿐만 아니라 광화문 광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세종문화회관의 로비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대극장 로비로 새어 나오는 음악과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보는 공연이었지만, 시민들의 깊은 공감을 얻었고 현장 구매 문의가 줄을 이었다.

‘영웅’ 제작사 에이콤 인터내셔널의 윤윤상 씨는 올해 특히 작품에 대한 호응이 증폭된 것에 대해 “리더십 붕괴로 인한 상실감과 동아시아 외교적 갈등 속에서 혼란에 빠져 있는 현재,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영웅의 모습을 의사 안중근에게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남다르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에 첫 공개되는 옥중 유묵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김용직)도 높아진 안 의사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는 특별전을 개최했다. 박물관은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안중근 옥중 유묵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안 의사가 우리에게 남긴 큰 뜻을 되돌아보고자 이번 특별전을 마련했다.

‘동포에게 고함 : 안중근 옥중 유묵’ 특별전은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28일까지 역사박물관 1층 전시실에 전시된다. 지난해 박물관이 새로 입수한 안중근 유묵인 ‘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黃金百萬兩’ 不如一敎子)와 ‘지사인인 살신성인(志士仁人 殺身成仁)’ 등을 최초로 감상할 수 있다.

 

▲ 안중근의사가 뤼순 감옥에 수감됐을 때 간수에게 선물한 글귀 ‘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

‘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는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 수감됐을 때, 감옥 경수계장이었던 ‘나카무라’가문에서 소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황금 백만 냥도 자식 하나 가르침만 못하다’는 내용에서 ‘삼흥학교’, ‘돈의학교’ 운영을 통해 교육구국운동에 힘을 쏟았던 교육가로서의 안 의사의 철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일본인에게 선물한 글귀라는 점에서 국경을 초월해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교육의 대상을 가리지 않았던 진정한 교육자로서 안 의사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지사인인 살신성인’은 안중근의사숭모회가 지난해 일본인 ‘고마쓰 료’로부터 기증받은 것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탁한 것이다. 이 유묵은 안 의사의 공판을 취재하러 갔던 일본 도요신문사 통신원이 안 의사에게 받은 것으로 그의 후손이 가보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 안중근의사의 공판을 취재하러 갔던 통신원의 후손이 보관하고 있던 유묵 ‘지사인인 살신성인’

‘높을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의미의 이 글귀는 그가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했고, 이에 한 점 후회도 없음을 당당히 드러낸다. 이 글귀를 통해 안 의사의 곧은 기개와 결연한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김용직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교육가이자 선비였고, 의병장이었으며 종교인이었던 안 의사의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의사의 핵심 사상은 ‘평화’

안 의사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출판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올해 다양한 분야에서 안 의사 관련 서적이 쏟아졌다. 그동안 ‘의거’에만 초점을 맞춘 서적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은 안 의사의 사상, 가족, 유묵 등 다각도로 안 의사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문학 전문출판사인 ‘역사인’은 잊힌 안 의사 가문의 독립운동과 ‘인간 안중근’의 면모를 다각도로 살펴 안 의사 일가가 남긴 위국헌신 정신을 새롭게 조명한 ‘안중근家사람들(정운현, 정창현 공저)’을 출간했다. 두 저자는 안 의사가 가문을 대표해 ‘영웅’으로 추앙받아 많은 전기와 평전이 나오고 영화, 연극, 드라마, 소설 등으로 부활했지만 친동생과 사촌형제, 조카 등 안중근 일가가 우리 근현대사에 남긴 발자취는 연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망각의 역사’ 속에 묻혀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책은 안 의사를 단순히 하얼빈 의거의 주인공으로만 평가하고 영웅시하기 보다는 민권운동, 교육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독립운동과 반독재민주화의 밑거름이 된 안 의사 일가의 경험과 활동을 우리의 미래상으로 활용하자는 작가의 바람이 녹아있다.

이처럼 공연과 전시, 도서를 통한 안 의사 재조명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잘 모르고 있는 그의 업적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안 의사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닌 과거에 대한 성찰이고, 현재의 난제를 풀어나가 새로운 미래상을 찾아가는 여정의 나침반이 된다.

안 의사의 의거와 순국이 있은 지 100년이 넘었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의 위기가 자신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것을 최근의 여러 가지 사태를 거치며 경험했다. 이러한 국가와 민족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안 의사를 다시금 불러온 것이 아닐까. 안 의사의 사상을 관통하는 핵심인 ‘평화’사상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주는 통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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