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봐도 전교생이 100명 정도 될까 말까한 작고 아담한 학교, 시원하게 사방이 탁 트인 운동장 한 가운데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버스가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이 버스의 겉모습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버스와 다르지 않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작지만 아늑한 공간 안에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은 서로 와글와글 시끄럽다가도 이내 진지해진다. 선생님의 질문에 서로 대답하겠다고 손을 치켜드는 아이들의 눈빛이 형형하다. 충북 청주 행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나라사랑 꿈나무 이동교실 현장이다.

 

작년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는 이동교실 선생님은 단 두 명. 전직 교사였던 김옥, 김규섭 선생님이 1인 다역으로 운영한다.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김옥 선생님과 초등학교 교사였던 김규섭 선생님은 작년 말부터 나라사랑 이동교실에 합류했다.

나라사랑 꿈나무 이동교실은 대형 버스 내부를 교실 형태로 개조해 교육의 접근성이 어려운 곳을 찾아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기획됐다. 현재는 교실로 개조된 한 대의 버스, 두 명의 선생님이 서울·경기권 학교를 시작으로 강원, 충북까지 확대해 시행중이다.

“저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었고, 체험학습 교사 경력도 조금 있어요. 이동교실이 지금 하는 일과 비슷한데 어차피 역사를 가르친다면 이 일이 더 의미 깊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 피곤하긴 하지만 참새 같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진짜 보람’이 뭔지 깨닫는 즐거움이 있어요.”(김옥)

이동교실 수업은 커다란 버스를 타고 도시 외곽, 소규모 학교 등 나라사랑 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곳으로만 다니는 어려운 업무다. 새벽같이 일어나 두 세 시간씩 차를 내달리는 고된 여정이지만 그들은 학교에 머무르며 학생들을 만나던 생활과 정반대로 이제는 학교로 아이들을 찾아 나서는 것에 익숙해졌다.

“아직은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어린 학생들을 데리고 버스 안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에 힘을 얻습니다. 나라사랑의 개념이 아이들에겐 추상적이고 어려워서 이해하길 기대하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설명해주면 아이들에게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럴 때 제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기죠.”(김규섭)

처음엔 그들도 아이들에게 ‘나라사랑’의 필요성을 어떻게 깨우쳐 줘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스스로 고마움을 깨닫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사랑 교육에 더 많은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하는 그들이다.

 

 

단편적인 지식은 선생님이 전달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나라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스스로 깨달아 가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신들을 더욱 열정적인 선생님으로 만들어 준다고.

“교육을 들은 아이들에게 놀라운 점은 통일에 대한 생각입니다.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우리나라 전체를 사랑해야겠다, 북한의 아이들도 우리와 똑같다, 통일은 우리 전체를 위해 필요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일의 의미를 깨닫더라고요. 아주 기특하죠.”(김옥)

여건이 된다면 아이들에게 독립·보훈·민주 각각의 분야별로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다양한 길을 많이 터주고 싶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지금보다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이동교실 안에 채워 넣어 관심도를 높이고 아이들이 진심으로 우리나라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촉매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동교실 수업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상당하다. 많은 선생님들이 대부분 나라사랑 교육에 공감하고 친근한 콘텐츠로 이뤄진 교육 내용을 벤치마킹하려고 문의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가르치는 것’의 보람은 역시 배우는 사람의 습득이다. 두 사람에게는 어린 동생에게 오늘 배운 내용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새벽 어스름 이동교실에 몸을 싣는 하루가 기대에 가득 찬 새로운 시작이 된다. 조금도 피곤하지 않은 하루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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