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기와 민, 199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 영역, 2014, 나무에 우레탄 도장과 잉크(위)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에서 지난달 19일 ‘소장품특별전: 균열’전이 열리고 있다.

내년 4월 29일까지 과천관 제3, 4전시실에서 전시되는 ‘균열’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20세기 이후 한국 근현대미술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하는 새로운 전시다.

전시 제목인 ‘균열'은 단단하게 구축된 권위와 강요된 질서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려는 여러 세대 예술가들의 창조적 의지를 상징한다.

관람객들은 이 전시를 통해 20세기 이후 한국의 사회, 문화, 역사적 흐름 속에서 예술가들이 세상과 부대끼며 실험했던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작품을 새롭게 체험하게 된다.

‘균열’이란 대주제의 1부(2017. 4 ~ 2018. 4)인 이번 전시는 ‘몸'과 ‘믿음'이라는 두 개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100여 점의 소장품을 선보인다. 친숙하다고 여겨졌던 우리의 몸은 작가들에 의해 베이거나 왜곡되기도 하고, 공동체의 관념을 벗어나면서 생소하고 때론 위험한 존재가 된다. 그 낯선 몸과의 대화를 통하여 관람객들은 불변의 존재라고 여겼던 우리 신체가 그동안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되고 구속되어 있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한편, 무형의 믿음이 미술작품으로 나타나는 순간은 한층 더 이질적이다. 당연시되었던 사회적, 문화적 관습이 작가의 시각을 통해 부정되고, 우리는 갑작스럽게 낯설어진 풍경 앞에 서 있다. 그 만남이 우리의 고정관념에 균열을 남기고 예기치 않은 인식으로 유도한다. 균열의 깊이가 클수록 새로운 만남이 주는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 구본웅, 친구의 초상, 1935, 캔버스에 유채, 62×50cm(우)

 

▲ 공성훈, 개, 2008, 캔버스에 아크릴릭, 227.1×181.8cm(좌)

전시에서는 백남준, 구본웅, 김범 등 권위와 강요된 질서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근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이 은밀히 혹은 공공연히 추구했던 핵심 가치였던 ‘균열’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관객의 고정관념을 흔들고 그 견고한 토대에 균열을 낸다.

우리가 당연하게 실체처럼 받아들이던 국가나 종교 등의 담론이나 혹은 일상적인 환경들이 사실은 허상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갑자기 낯설어진 풍경 앞에 서 있고 그 낯선 만남이 우리에게 균열을 남긴다. 그 상처가 깊을수록 새로운 만남의 잔향도 함께 깊어질 것이다.

1년간 상설 전시되는 이 전시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시도되는 ‘MMCA 팀플’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참여자가 원하는 커리큘럼을 구성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전시연구모임이다. 전시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전시 기획자와 교류하며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등, 관람객의 문화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모색해 본다.

또한 전시 기간 중 매일 운영하는 전시해설 프로그램과 주부,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전시 감상프로그램 ‘힐링 목요일’, ‘낭만 수요일’은 관람객이 보다 적극적으로 미술관 체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하차 후 셔틀버스 이용. 2018년 4월 29일까지. 무료관람.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