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지어 나하고도 눈을 마주칠 수 없습니다. 거울을 봐도 내 얼굴에서 분간할 수 있는게 거의 없죠. 눈동자는커녕 표정, 눈매, 주름 그 어느 것도, 누군가와 눈을 마주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오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아요.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해가 지면 드리우는 땅거미처럼 자체의 엄격한 가속도로 내 눈에 그물을 찬찬히 드리우는, 도래할 어둠의 시간 외에는 그 어느 것도.”

안녕 주정뱅이(권여선 저/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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