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우리의 미래 … 3년째 첫 수업 현장으로 대전현충원 찾는 ‘뜻’

지난달 3일 대전 화정초등학교 65명 입학생은 조금 특별한 입학식을 가졌다. 설레는 첫 등교 날 학교에서 커다란 태극기와 교표와 태극기 견장이 부착된 모자, 체육복을 선물 받은 것이다. 태극기를 선물로 주는 학교라니. 어딘지 모르게 독특한 입학식의 기획자를 만났다.

마지막 수업 종이 울리고 만난 그의 미소는 고요하고 밝았다. 널찍한 교장실에는 놀랍게도 교구와 게임도구들이 정리돼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전교생 하나하나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아이들이 교장실로 놀러올 때 가장 행복하다는 화정초 박종용 교장이다.

 

미국의 힘 ‘애국심'에서 힌트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죠. 각자가 우리 학교의 대표, 나아가 우리나라의 대표선수라는 의미로 선물을 하기 시작했어요. 작은 선물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뜻 깊죠. 마치 국가대표가 된 것 같다고 좋아해요.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다는 걸 일깨워 주는 것도 학교가 할 일 아니겠어요.”

학생들에게 태극기를 선물해 우리의 새싹들을 모두 국가대표로 만들어 준 그는 올해도 역시 첫 수업으로 현충원 방문 수업을 실천했다. 고사리손 아이들이 현충탑과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들러 참배하면서 나라사랑 교육으로 첫 수업을 받은 셈이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자신의 키만큼 큰 태극기를 한 손에 들고 태극기 견장이 붙은 모자를 쓰고 처음 만난 친구들과 현충원에서 경건한 시간을 보냈다.

이 학교의 대표 상품이 된 ‘현충원 첫 수업’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됐다. 평소 여행을 좋아한다던 그는 지난 2014년 겨울방학 때 미국을 여행 하던 중 우리와 다른 점을 찾아냈다고 한다.

“미국은 집집마다 건물마다 상점마다 성조기가 걸려 있더라고요. 무심코 지나쳤던 그 풍경을 인식하자마자 저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강대국의 저력이 바로 이거구나’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이민자들로 이뤄진 나라, 각각의 국민들이 철저한 개인주의인 줄 알았던 나라, 미국의 힘은 바로 ‘애국심’에서 나왔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미국의 뉴올리언스를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공원의 추모비 앞에서 산책을 하다가도 엄숙하고 경건하게 추모하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참배의 중요성도 느꼈다. 이 모습을 교육자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연초 교육과정 수립 회의에서 나라사랑 교육 방식을 정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의 현충원 참배 수업이다.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대전 화정초등학교 신입생은 입학식 날 태극기를 선물 받고 첫 수업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한다.

 

 

학부모 현충원 동행 적극 추천

“초등학교 입학해서 제일 처음 들은 수업을 기억하세요?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머리로 하는 교육 대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기억을 주고 싶었어요. 사람에 따라서는 금세 잊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순수하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그는 이 수업에서 거창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작은 의도 하나가 학생들에게 일으킬 나비효과를 짐작하며 교육자로서의 의무를 다할 뿐이다. 화정초 ‘현충원 첫 수업’은 학부모에게 더 인기가 좋다고 한다. 현충원 참배에 동행하는 학부모도 많이 늘었다.

“학부모님이 동행하시는 것이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들의 사고가 변화하면 가정교육이 변할 수 있죠. 나라사랑의 마음은 지식으로 넣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가정에서부터 실천해야 그게 기본 소양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그는 학교를 통해 현충원 참배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태극기를 선물하고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직접 태극기를 게양하고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면 추첨해 선물을 주는 이벤트다. 학교가 이 캠페인을 진행한 덕분일까. 국경일 학교 근처 태극기 게양 실적이 대전 시내에서 1위에 올랐다. 그가 내심 크게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아이들이 참배와 태극기 게양에서 느낀 마음을 억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닌 ‘추억’으로 만들어 주고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장인 자신의 소임이라고 믿는다. 내일이면 등교해 학교 구석구석에서 요란할 아이들의 가슴 속에 나라사랑의 작은 씨앗 하나씩이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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