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문화의 도시, 프랑스 파리는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적 명소가 즐비하다.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면서 파리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세느강 변을 따라 걷다 보면 또 하나의 명소인 ‘오르세 박물관’과 마주칠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기차역과 호텔을 활용한 이 미술관은 파리의 숨겨진 보석과도 같다.

현대 미술학의 살아있는 교과서라 불리는 오르세 소장 작품들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고흐, 밀레, 모네, 고갱, 세잔 등 19세기를 빛낸 거장들의 작품 131점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전시는 화가별 개성과 화풍의 특색을 비교해볼 좋은 기회다. 특히 밀레의 ‘이삭줍기’, 고흐의 ‘정오의 휴식’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걸작 중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명작들이 포함됐다.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밀레의 ‘이삭줍기’는 세 여인의 모습을 통해 당시 고단했던 농민 계층의 애환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난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가난한 생활을 했던 밀레는 일하는 농민의 모습을 과장하거나 감정을 섞지 않고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 이삭 줍기, Des glaneuses 1857, 캔버스에 유채, 83.5 x 110 cm.

그러나 이 그림은, 힘들지만 가족을 위한 숭고한 노동을 하는 세 여인의 뒤편으로 지주의 대리인이 곡식을 거둬가는 풍경과 대비돼 발표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선동적이고 불온하다’는 비난을 들었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고흐는 인간의 진정한 감정을 섬세하지만 덤덤하게 표현하는 밀레를 동경했다. 고흐가 그린 ‘정오의 휴식’은 밀레의 원작을 고흐가 자신의 방식으로 그린 것이다.

 

▲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정오의 휴식, La Meridienne 1889-1890, 캔버스에 유채, 73 x 91 cm.

이 작품은 완벽한 구도 설정과 노동에 대한 인상적 묘사도 감탄할 만하지만, 실내에서 그렸음에도 불구, 노란색의 자유로운 구사로 화면 가득히 빛나는 햇살을 구현해 고흐 자신만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는 점이 놀랍다.

그림 속에서 평화롭게 쉬고 있지만, 그동안 힘겨운 노동을 하고 있었고, 다시 노동의 시간으로 들어가야 하는 두 사람에 대한 고흐의 연민 어린 시선을 잘 말해주고 있다.

19세기 인상주의 총망라

이번 특별전은 서양 미술계에서 특히 풍요로웠던 19세기를 중심으로 거장들이 남긴 명작들을 크게 5개 주제로 구분해 소개하고 있다.

 

▲ 폴 고갱(1848~1903), 브르타뉴의 여인들, Paysannes bretonnes 1894, 캔버스에 유채, 66.5 x 92.7 cm.

19세기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이번 전시에서는 함께 공존하며 한데 뒤섞였던 많은 거장과 그들이 남긴 명작들을 감상하면서 각 예술사조의 특징과 미술사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회화 작품 탄생의 근간이 되는 데생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데생 작품들은 보호를 위해 상설 전시에는 잘 내놓지 않는 작품들이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함께 왔다. 밀레 최고의 걸작 ‘이삭줍기’의 탄생과정이 담긴 진귀한 데생 작품들을 관람할 좋은 기회.

서울 예술의전당 내 한가람미술관. 3월 5일까지. 관람료 성인 13,000원. 국가유공자 및 유족은 본인에 한해 6,000원으로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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