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 백제특별전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들.

묵은해를 보내고 맞는 새해 첫 달에는 다소 시끄러웠던 일들은 접어두고 찬란하게 빛났던 백제의 흔적을 찾는 것으로 포문을 열어보면 어떨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99년 이후 오랜만에 백제에 관련한 큰 규모의 특별전을 열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번 특별전에는 웅진기(475~538)와 사비기(538~ 660)의 대표 문화재 1,720점이 전시된다. 특히 왕흥사지, 미륵사지, 왕궁리의 사리장엄이 처음으로 함께 전시돼 백제 불교 문화의 꽃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작품들을 직접 비교 감상할 수 있다.

▲ 왕흥사지 목탑 사리구

유네스코는 동아시아에서 백제의 문화적 교류와 독창적 문화를 높이 평가하며 지난 2014년 7월 8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유산 지정 유적은 공주의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부여의 관북리유적, 부소산성, 나성 정림사지와 능산리고분군, 익산의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다.

이번 전시는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백제 후기 문화를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가장 핵심 유적인 도성, 사찰, 능묘의 세 부분으로 나눠 구성했다.

도성은 통치 계습인 왕과 귀족들이 살았던 공간으로 국가의 성립과 발전 과정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백제는 산과 평야가 어우러진 지형의 특징을 잘 살려 평지성과 산성을 결합하고 중국의 도성제(都城制) 요소를 추가해 독특한 도성 구조를 만들었다.

▲ 정관19년명 옻칠갑옷편

도성 안팎의 성곽, 관청, 창고, 공방, 정원, 화장실, 부엌 등에서 나온 자료들로 당시 건물의 구조, 행정 편제와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2011년 공주 공산성에서 발굴된 옻칠 갑옷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이것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았던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찰은 백제인의 종교와 사상, 염원이 담긴 공간이다. 백제는 중국 역사서에 ‘사찰과 불탑이 많은 나라’라고 기록될 만큼 불교가 성행했다. 왕실은 주도적으로 사찰을 세웠고 사리(舍利)를 공양하는 등 불교의 적극적인 후원자였다.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함께 모인 사리장엄구를 통해 백제 국교였던 불교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백제의 사리장엄구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국보 제123호 부여 왕흥사지 사리장엄구와 익산 미륵사지 사리장엄구,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를 직접 비교하며 불교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능묘는 왕의 사후세계를 위한 공간이자 선왕을 통해 현왕의 권위를 유지하는 곳이다. 백제의 능묘와 장례풍습은 백제사의 전개과정에 따라 변했는데, 한성도읍기(기원전 18~475)의 능묘는 처음에는 고구려 묘제(墓制)인 돌무지 무덤이었으나, 후에 굴식돌방무덤으로 바뀌었다.

▲ 도수관용 기와

웅진도읍기에도 굴식돌방무덤을 사용했고, 왕릉에 쓰기 위해 중국 남조에서 유행한 터널형 천장 벽돌무덤 방식을 새로 들여왔다. 사비도읍기에는 웅진기 무덤의 장점만을 모아 능산리형 돌방무덤을 만들어 왕실의 새로운 능묘로 사용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 전시기간 중에 매일 3차례의 전시 해설을 진행하고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열어 백제 역사유적이 더 친근하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 구성과 대표 문화재를 우리말, 영어, 중국어 등으로 해설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다운받아 전시를 감상할 수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1월 30일까지.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촌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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