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큰 질서가 변화하고 있는 2017년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공유할 것인가. 우리는 우선 6·25전쟁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6·25전쟁이 남긴 상흔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그 후유증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모든 삶의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토의 초토화 및 엄청난 인적물적 손실과 희생,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민족분단의 비극 등으로 아직도 아물지 않은 아픔에 시달리고 있다. 6·25전쟁에 대한 역사적 인식은 다양하지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소련의 스탈린 지원 하에 남한을 공산화하기 위하여 북한 김일성이 시도한 불법남침이다.

(2) 북한과 중공의 침략 행위에 대항하는 유엔 중심의 국제전이다.

(3) 유엔창설 이후 최초로 제7장 제42조에 의한 무력의 사용이 적용된 전쟁이다.

(4) 희생적인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공산주의 무력 침략을 격퇴한 전쟁이다.

(5)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짧은 기간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이다. 1950년 일인당 국민소득이 80여 불 밖에 되지 않은 나라가 2012년 6월 23일자로 인구 5,000만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을 돌파한 20-50 클럽에 일곱 번째로 가입한 나라가 되었다.

금년도 대한민국의 GDP는 1조 3,21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IMF가 추정하고 있고, 일인당 국민소득은 2만 7,000여 달러가 될 것으로 미CIA가 기록하고 있다.

올해 6월 30일 현재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고는 3,699억 달러로 세계 7위이다. 1997년 IMF시절 89억 달러이었던 것에 비하면 4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변화하는 한국 이미지의 추이도 살펴보아야 한다.

2010년부터 2014년 5년간 응답 추이를 분석해 보면, 한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2010년 33%에 불과했지만, 2014년 조사에서는 38%로 높아졌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이 수치의 차이에 통계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만, 그 추세를 보면 일관되게 완만하면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견국 외교 및 공공외교를 꾸준히 강화해온 역대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다만 실제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검증하는 후속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 일본 등 가장 협력해야 할 주변국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5년 전에 비해 무려 23%p, 중국에서 17%p나 하락했다.

반대로 한국에서도 중국,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급락해 부정적인 태도가 양방향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외교적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미래지향적인 협력방안

공공외교란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비전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외교관계를 증진시키고, 우리의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를 높여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높이는 외교활동을 말한다.

정부간 소통과 협상 과정을 일컫는 전통적 의미의 외교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화·예술, 원조, 지식, 언어, 미디어, 홍보 등 다양한 소프트파워 기재를 활용해 외국대중에게 직접 다가가 그들의 마음을 사고, 감동을 주어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공공외교의 기본 방향이다. 공공외교는 실제 국가 기관의 공식적인 외교 활동 외의 모든 민간 외교를 포괄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보훈외교는 공공외교의 하나로, 유엔참전국 국민의 마음을 얻고 혈맹관계를 더욱 돈독히 이어가는 외교 활동을 말한다. 우리 정부는 보훈외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60여 년 전 전쟁 폐허 속에서도 경이적인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유엔 참전국의 공헌과 참전용사의 희생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있다. 또한 복잡한 국제정세와 불안정한 한반도 주변 상황에서 참전으로 맺은 인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개방된 상호 공감 과정을 통한 소프트 파워를 중시하는 새로운 관점으로 이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메가트렌드라던가 지구촌적 트렌드 현상에서 예견되고 있다. 이제 국제 관계에서도 소프트파워와 연계된 공공외교의 역할이 현실적 중요성을 갖게 된 것이다.

보훈 외교는 이러한 공공외교의 속성을 다양한 차원에서 함축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에 참가한 국가들과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한 보훈외교 수행은 대한민국의 독특한 외교적 자산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긍지와 자부심의 외연을 이루고 있다. 이들과의 외교적 유대와 네트워크의 형성은 보훈을 통한 공공외교 수행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보훈외교는 참전 공훈에 대한 직접적인 감사·예우, 참전용사 등에 대한 개별적 차원의 지원, 참전국 간의 보훈 교류·협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보훈외교 확대 추진 필요

참전용사의 연령이 평균 80대 중반을 넘어서서 생존자들의 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하고 이들 중 대다수의 재방한 의지가 높은 점, 국제관계에서 대한민국의 지지 세력이자 자국에서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재방한 초청 인원수를 융통성 있게 늘릴 필요가 있다. 인원수가 늘어 난다해도 사망자가 늘어나 실제는 공석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공석을 참전 1세대 후손들에게 할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연이 후대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참전용사 후손과의 연계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중요하다. 참전 1세대가 모두 사라져 우리나라와 유엔참전국과의 매개체가 소멸되기 전에 참전 후대와 혈맹관계를 견지함으로써, 보훈외교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은 SNS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참전 1세대, 2세대를 한국으로 초청하지 않더라도 참전용사를 찾아 유럽 여행을 떠났던 백석대 간호학과 3학년 이학도씨처럼 우리가 정겹게 찾아가는 캠페인을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꽃보다 청춘’ 같은 프로그램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결국 종합해 보면 보훈외교는 대한민국의 안보 역량을 증진하고, 국가 이미지를 쇄신하며, 대한민국에 만연한 갈등을 극복해 국민통합을 이룩하는 등 많은 국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행근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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