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비유를 하자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때리는 망치, 일본의 입장에서는 심장을 겨누는 단도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웃사촌인 양국이 우리나라의 통일을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통일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경제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통일한국의 인구는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 되고, 군사력은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 영토는 영국과 비슷해진다. 통일 후 북한 지역 경제 성장률은 평균 17%가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래저래 주변국들에게는 통일한국의 존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상하는 중국, 흔들리는 북한

중국은 현재 바다를 두고 동남아 국가들과 대치중이다. 그들은 남중국해의 약 90%를 자기 영역이라고 주장하며 인공섬 7개를 건설하고 군사기지까지 설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필리핀과 베트남 등이 반발해 유엔 상설주재재판소에 제소했고 결국 중국의 남해 9단선이 국제해안법 상 불법이라고 판정됐다.

그러나 중재법정 판결에는 강제수단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는 중국은 판결이 나오는 날 전투태세를 발동하는 등 주변국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우리나라에 사드(THAAD)를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예민한 상태다. 우리나라에 배치된 사드의 위치가 중국의 안보를 방해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미군이 한국에 군사력을 보강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북한의 경우 주민들의 탈북, 탈영 등 체제 붕괴 위험에 빠져 있다. 최근 태영호 영국공사가 한국으로 귀순한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북한의 엘리트 계층마저 북한 체제에서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체제 붕괴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폭한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장성택 숙청 이후 집권 3년 반 만에 인민무력부장(우리나라의 국방부 장관)이 6번이나 교체됐고, 미사일과 로켓으로 끊임없이 우리나라를 도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1954년부터 핵 개발에 착수해 핵무기 개발을 완료한데 이어 핵 실험을 통해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무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미국을 위협해 미국이 우리나라를 보호하지 못하게 하려는 데 있다. 미국이 물러선다면 북한 위주의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계산이다.

사실 핵무기의 효용은 싸우지 않고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핵을 이용해 적화통일을 이루려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그것을 폐기할 수 있다는 일부의 시각은 대단히 순진한 발상이다.

통일이 되면 북핵이 결국 우리의 소유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국제 핵확산금지조약에 어긋나기 때문에 틀린 주장이다.

 

 

한미동맹 공고히 해 통일의 길 박차

이 같은 복잡한 동북아 역관계에서 미국의 태도는 대단히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미국은 한반도가 통일되면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판단, 북한과 상업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거래 금지령을 발령하는 등 북한 정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 정권이 조만간 붕괴된다는 전망과 함께 일각에서는 쿠데타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며 우리나라의 든든한 우방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것은 미국이 우리나라를 좋아해서 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에 의한 전략적 선택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면적이 세계 108위, 인구수로는 세계 25위에 불과하지만 경제력은 세계 12위, 군사력은 세계9위에 랭크될 정도로 중요한 국가가 됐다.

특히 아시아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일본을 견제하고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Linchpin(핵심인물)’으로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독일 통일의 경우 서독의 경제력과 단결력, 여기에 더불어 통일에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미국의 지원이었다. 독일 통일 상황과 오늘의 한반도 정세를 생각하면 미국의 도움 없이는 통일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최선의 방법은 우리 스스로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국가와 동맹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처럼 세계 최악의 군사국가와 대처하고 있으면서 세계 1~4위의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를 주변국으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악의 우범지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실을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의 적정 국력은 ‘주변국이 감히 건드리지 못할 수준’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충돌하는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한 안보와 통일에 기초가 되는 ‘동맹국’의 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의 총성이 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주변 정세에 합당한 국력을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한반도 통일과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통일을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과 달리 우리는 평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안보에 소홀하면 국가의 운명은 북한 혹은 타국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국가 안보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대전제이다. 그것은 개인의 행복한 삶의 문제와도 직결돼 있는 것이다.

 

이춘근 정치학 박사,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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