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애국혼을 적어냈다. 작은 책으로 완성된 지면에는 나라사랑의 정신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피보다 진한 사랑의 이야기들이 마를 줄 모르고 샘솟는다.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의 묘비와 추모비석에 담긴 사연을 정리한 책 ‘님은 조국의 별이 되어’를 펴낸 조재구 한중미디어연구소장을 만났다. 그는 오늘도 50여 분 간 서울현충원 묘역을 돌아보며 각각의 묘비에 담긴 사연을 채록하고서야 일상의 세계로 돌아간다.

6월 중순의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서울현충원에서 만난 그는 이곳을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공동체의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긴 성스러운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보고싶다 네 모습/ 듣고싶다 네 목소리/ 모두가 꿈만 같구나/ 잘 자라 편히 잠들라’

'빛이 아무리 밝은들/ 볼 수 없는 당신의 얼굴/ 바람이 아무리 센들/ 전할 수 없는 저의 목소리/ 몸부림쳐도 전할 길 없구려/ 일편단심 보고픈 그리움을/ 당신만은 알아주시리/ 영전에 엎드려 명복을 비옵니다.’

조용히 수첩을 펼쳐들고 채록하는 조 이사장의 얼굴에 깊은 상념이 묻어난다. 그 역시 국가유공자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작은 아버지가 6·25전쟁에서 전사하시고 이곳에 영면해 있다. 31년 전 참배를 위해 찾은 서울현충원에서의 충격과 감동이 그를 오늘의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비석 앞에 앉은 여인이 이곳 개울에서 물을 떠다 정성스레 비석을 닦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의 손길과 눈빛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현장을 보았습니다. 아직 계속 살아 있는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함께 나눌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틈날 때마다 비석과 묘비 등에 담은 사연을 담는 기록자를 자처하게 됐다. 정성껏 담아낸 사연이 벌써 860편을 넘어섰다. 그렇게 적어낸 노트만도 10여권에 이른다. 양 현충원의 29만 위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길어 낸 것이다.

"누가 읽어도 가슴 먹먹한 사연들입니다. 100번을 읽어도 똑같이 감동적인 이야기들입니다. 20대 초반의 전사, 그리고 그의 아내 혹은 부모. 이제 저도 60대 중반이 되고 보니 그 아픔과 슬픔과 한을 알 듯합니다.”

 

오래된 묘역이다 보니 한 번에 그 사연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는 손으로 일일이 쓸어 사연을 확인하고 탁본을 뜨듯이 사연을 ‘발굴’해 내야 한다. 그 아픔을 체득하는 셈이다.

참전용사와 함께 그의 책 7장에는 독립지사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사연이 집약돼 있다.

"이 사연에는 독립을 향한 선조들의 의지와 결단, 희생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힘이 들어있습니다. 법정의 최후진술 같은 한마디 한마디에는 당시 겪었던 형언할 수 없는 고초와 함께 그분들의 애국정신이 오롯이 녹아 있습니다. 그 내용들 자체가 대한민국이며 우리의 역사이자 삶이고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을 보훈가족 돕기에 기부하기로 했다. 내친 김에 이 책을 보다 쉽게 감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영상으로 만드는 일과 독립유공자편을 별도로 만드는 작업도 계획중이다.

정원 거닐 듯 서울현충원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던 그는 멀리 경주에서 부모님의 묘역을 찾은 가족을 만나 사연을 함께 나누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는 벌써 묘역의 식구들과 여기에 인연을 가진 모든 이들과 교감하는 묘역지기가 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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