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운석보훈교육연구원연구원

국가를 위해 몸 바친 영웅들은 죽어서도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 그들이 국가를 위해 살신성인한 그 애국적 행위들이 남은 국민들을 엮어주어 반목과 질시에서 화해와 통합으로 이끌어 준다. 그리고 보훈은 공동체의 성원이 행한 국가를 위한 공헌에 대한 보답행위이다.

올해를 나라사랑교육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우리는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주요 외국의 나라사랑교육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 경축일, 자연스런 교육의 장

20세기 초에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스키너(Skinner)는 ‘애국심 매뉴얼’을 제시했다. 이 매뉴얼에는 애국적 맹세, 국기·경축일에 대한 설명, 건국 역사, 애국가 등이 수록돼 있었다. 이 자료에서는 학교가 ‘애국심 양성소’가 돼야 하며, 각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나라사랑교육을 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지금도 미국의 많은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충성 맹세’나 ‘국기에 대한 경례’와 같은 애국심 고취의식을 행하고 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학생들은 소속감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이 학교는 애국심을 함양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많은 학생들의 애국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각급 학교의 나라사랑교육과 더불어 문화를 통해 이를 내면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각종 경축일을 나라사랑정신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예를 들어 7월 4일 독립기념일에는 많은 가정에서 국기의 색인 빨간색·흰색·파란색 셔츠를 입거나 같은 색의 케이크를 먹으며 국가의 탄생과 함께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에 대해 경축한다.

또 11월 11일 제대군인의 날에는 가족들이 국립묘지를 찾아 전사자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퇴역군인 퍼레이드와 같은 애국적 집합의식에 참여해 전쟁의 아픔과 희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학교에서는 국가경축일이 다가오면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관련된 교육을 유기적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경축일을 통해 학생들을 포함한 국민들은 미국의 역사, 행사의 의미, 보훈의 중요성 등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이를 통해 애국심 고취의 기회를 갖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 참전지 방문 ‘기억의 횃불’

캐나다는 청소년과 참전·제대군인 위주의 보훈행사를 통해 실질적인 나라사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보훈의식 강화를 위해서 정부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먼저 ‘기억의 횃불’ 행사를 개최해 많은 학생들이 캐나다군의 희생과 사회적 공헌을 깨닫도록 유도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노르망디 등 캐나다가 참전했던 유적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제대군인부의 ‘어린이 대사’로 지역사회에서 보훈의식 확산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각종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단체들과 연계해 실시하는 나라사랑 캠페인과 희생자 추모배지 달기 행사도 중요한 나라사랑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런 나라사랑교육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관련 매체를 개발하고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보훈교육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각종 보훈행사 및 프로그램들이 소개돼 있고, 프로젝트 신청 코너와 그 결과물들이 게시되어 있어 수요자들이 언제나 참여하고 그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호주 ­ 시민윤리, 참전용사와의 대화

나라사랑교육과 관련한 호주의 프로그램들은 전쟁 역사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교육 간행물을 계속해 출판하고 있으며, 이 간행물 내용은 전시의 특정 소재를 주제로 삼는 교육과정 커리큘럼과 연계돼 있다.

특히 호주의 나라사랑교육은 지역사회와 잘 연계돼 있다. 정부도 국가유공자의 헌신과 희생을 기념하는 프로그램들을 다수 지원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전쟁기념관을 이동전시 프로그램으로 활용해 전쟁 당시 물품이나 공예품 등을 모집하고 이를 전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학생단체의 무명용사 묘역 헌화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는데 이 행사에는 학교 지역 연방의회 의원이 초대되고, 학생들이 참전용사에게 당시 상황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는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 지역발전 돕는 ‘기억여행’

프랑스 나라사랑교육 특징은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나라사랑교육 사례를 보면, 먼저 ‘기억의 작은 예술가들’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지역 출신 참전군인을 선정해 그가 가족들에게 남긴 이야기나 공적자료 등을 조사한 다음 이를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 시각으로 작성하는 보훈 스토리텔링인 셈이다.

이와 함께 ‘기억여행’이라는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보훈과 관련된 기념장소와 기념비들을 방문함으로써 지난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행사이다. 이 행사는 과거를 이해하고 나라사랑의식을 형성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여행을 통해 관련 지역들의 경제·문화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역이 적극적으로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는 최근 각종 보훈 관련 증언 기록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이 사업도 자연스럽게 나라사랑교육의 인프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 영토와의 일체감, 애국심

오랜 기간 나라 없이 살아온 경험과 홀로코스트라는 혹독한 경험을 한 이스라엘의 나라사랑교육은 나라의 존립 근거로까지 이해되고 있다. 이스라엘 교육 당국은 최근의 잦은 전쟁 속에 만들어진 스토리를 현장과 연결하면서 감정과 정서에 충실한 나라사랑교육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교육에서 만들어지는 감정과 정서는 곧 ‘조국’과 ‘애국심’의 실제적 개념이 된다.

이스라엘에서 학생들에 대한 나라사랑교육은 ‘쉘라흐’라는 과목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의 중·고등학교 기간에 학생들은 이 과목을 의무적으로 수강한다. 1주 1시간의 교실 강의와 한 달에 6시간, 1년 중 2박 3일의 현장체험으로 진행된다. 이는 국토의 지리적 특징과 함께 영토의 정신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수업과 체험을 통해 교육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정신적 가치의 핵심은 ‘민족적 동질의식을 만들어내는 것’과 ‘이 땅과 민족적 동질의식을 지켜나가기 위해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과의 일체감을 인식하고 이는 다시 무의식까지 이어지는 깊은 애국심으로 승화된다.

이들 국가 외에도 뉴질랜드, 터키 등의 많은 나라들도 애국심을 통해 강한 긍지를 갖도록 하는 나라사랑교육에 힘쓰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안작(Anzac)기념일 등 보훈행사에 청소년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참여는 청소년들이 나라사랑정신과 애국심을 향상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터키는 애국심 고취와 나라사랑정신 고양을 위한 활동을 주로 교육부와 국방부에서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애국심 이해 증대와 행동적 변화에 중점을 둔다면 국방부는 병역의무를 지고 복무 중인 국민들을 교육하는 데 기본을 두고 있는 것이다.

 

외국 나라사랑교육이 주는 시사점

많은 선진 국가들에서 국가유공자의 명예와 권익보호를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국립묘지와 같은 현충시설은 호국용사의 위훈과 명예선양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다시 국민역량 결집과 직결되고 있다.

주요 나라들의 나라사랑교육은 먼저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 대한 투자’가 돋보인다. 많은 나라에서 보훈단체를 비롯한 사회단체들과 대학들이 연계해 학생 대상의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의식과 사랑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사회가 보훈행사에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지역사회에서 나라사랑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보훈행사에 국민 참여도가 높다는 특징을 가지는데 이는 청소년 등 관련 단체들의 참여를 정책적으로 유도해 충실한 내용과 볼거리를 제공하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보훈행사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있으며 인터넷 학습자료 제공 등을 통해 과거와 현대의 다각적 소통 채널을 마련한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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