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정자에 봄이 내린다. 선과 나무와 지붕과 돌다리에 내리는 햇빛, 그 사이로 봄이 솟아오른다.겨울의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기운,그 기운의 상징색 신록은 우리 마음으로 문득 다가선다.사이사이 비치는 꽃잎은 솟구쳐 오르는 온세상, 모두의 깨우침이다.열망이다. ■ 경북 구미 채미정야은 길재(1353~1419)의 충절과 학문을 추모하기 위해 조선 영조 44년(1768)에 건립한 정자. 길재는 고려시대 문과에 급제해 문하주서에 올랐으나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두 왕조를 섬길 수 없다며 벼슬을 사양하고 은거하며 절의를 지킨 학자이다
이 땅의 남녘 곳곳을 어머니 품처럼 안아 흐르는 섬진강. 지금 그 강가를 휘도는 봄볕이 꽃바람으로 날린다. 언제 매서운 칼바람 불었더냐. 언제 웅크린 아이들의 어깨 너머로 얼어붙은 하늘 있었더냐.다시 찾아온 이 화사한 봄날, 눈 녹은 그 자리 온천지 꽃이다. 이 봄 섬진강은 추웠던, 시렸던 겨울 씻어내고 푸릇푸릇 온기가 돈다. 바람은 색깔이 다르다. 강물은 함께 하는 속삭임이 다르다. 강가 언덕마다 흐드러진 매화 덕분이다.강가로 이어진 꽃길은 끝이 없다. 언덕 위로 이어진 꽃길은 훌쩍 언덕을 넘어간다. 바람 불어 꽃잎 흔들리면 세상
겨울 찬바람 부는 궁궐에 달빛이 내린다. 조용한 궁궐 후원에 내리는 적적한 달빛과 궁궐의 모습은 연면히 이어온 우리 역사의 뒤안길을 보여주는 듯하다.이 밤에도 조용히 서 있는, 말 없는 궁궐의 자태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혼’이다.정월 대보름을 맞아 우리의 대표 궁궐의 하나인 창덕궁이 어둠을 밝혔다. 대보름 앞뒤로 며칠 우리 궁궐을 아끼는 시민을 품에 안는 행사를 가진 것.이날 경복궁은 스스로의 품위를 잘 살리는 한도 내에서 불을 밝혔다. 조용한 불빛은 당당하게 이어진 기둥과 단청. 그 불빛을 받아 드러낸 수줍은 궁궐에 사람들
파란 하늘을 만난다. 눈꽃으로 덮인 한라산을 만난다. 둘이 만나 기적을 이룬다. 인간은. 그곳에서 인간은 그저 조용히 그 속에 섞인 방문객일 뿐이다.줄 지어 한라산을 오르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겸손함이다. 이들은 산을 오르거나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 속에서 하나의 풍경이 된다.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자연이 보낸 환상적인 인사에 손을 내민다. 정상 즈음에서 만나는 주목 군락은 모두가 작품이다. 눈으로 덮이다 얼음이 되고 다시 덮인 얼음으로 만들어진 천혜의 조각품이다. 누가 구상하고 누가 일일이 일으켜 세웠을까. 나무의
어젯밤, 한 해의 시름을 잊고 묵은 해가 졌다. 오늘, 한 해의 희망을 안고 새 해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솔밭과 섬 하나 앞세우고 갑오년의 새해가 밝아 오른다. 갑자기 환해지는 하늘과 바다가 태고의 모습으로 개벽의 장관을 연출한다.바닷새들이 날아오르는 하늘에선 금빛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면서 모두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올 듯하다. 저기 저 해 오른 후 푸른 창공에선 겨울 하늘을 가를 환희의 송가가 울릴 듯하다.소나무로 우거진 길을 따라 올라가다 만난 청간정(靑澗亭).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바닷가를 바라보는 우뚝 선 아름다운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제각기의 높이를 자랑하는 고층 빌딩들을 제압하듯 선 듬직한 산. 답답한 도심에서 모든 가슴의 허파처럼 함께 숨을 트는 공간.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담아 부르는 애국가에 등장하는 자랑스러운 1,000만 서울시민의 이웃, 바로 남산이다.해발 265.2미터. 목멱산이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는 모습은 단연 수도 서울 풍광의 압권이다. 연둣빛 이파리를 틔워내며 서울의 공기와 빛깔을 푸르게 바꿔내는 봄, 휘날리는 봄꽃으로 산책로를 뒤덮어 꽃비를 만드는 여름, 단풍과 낙엽으로
가을, 지천이 단풍이고 낙엽이다.이 가을,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높은 하늘, 점점이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구름. 그 아래엔 말로 다할 수 없는 빛깔들이 저마다 자태를 자랑 중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하늘을 이고 서면 그 빛깔은 투명하게 변한다. 자리를 조금 옮겨서면 또 다른 빛이다. 자체로 붉은 빛에서 노랑, 짙은 갈색까지. 같은 사물이 이렇게 다른 빛으로 우리를 매혹시키고 있다니.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맞는 단풍 세상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설악산. 10월 중순에 벌써 눈이 내렸다. 산 정상엔 하얀 고깔을 눌러쓰듯 겨울 준비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석양의 도담삼봉에는 저녁노을 드리웠네신선의 뗏목은 푸른 절벽에 기대어 자고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진다퇴계 이황이 저녁노을로 물든 도담삼봉을 지켜보고 있다. 도담에 떠오른 세 봉우리와 별빛 달빛이 흐르고 금빛 파도가 함께 흔들린다. 이 광경 앞에선 이황의 마음마저 어찌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 ‘도담삼봉’을 노래한 그 자리에는 신선도 함께 노니고 있었다.가을을 재촉하는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도담삼봉에서 우리는 한켠으로 비켜서 삼봉의 절경과 이황 선생의 자취를 함께 느낀다. 단양의 빼어난 풍광을
낙동강 굽이굽이 따뜻한 우리 땅을 어루만지듯 흐르는 곳.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을 낙동강으로 이은 곳, 그 강변에 편안하게 병산서원이 자리잡고 있다. 짙은 푸른빛의 강은 하얀 모래와 어우러져 깊이를 알 수 없을 강물이다. 유장한 흐름과 닮아 있는 병산서원은 산과 언덕과 강과 모래와 함께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자연 그대로의 휜 나무를 기둥으로 썼고, 너른 강당의 마루는 오랜 세월을 견뎌 아슬아슬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 품은 여전히 몸을 누이고 싶을 만큼 여유롭다.서원을 한편으로, 강과 산을 한편으로 이어주는 강당에 서면 사
무주 구천동(九千洞)에선 원수(原水)가 흐른다. 원시(原始)의 길이 보인다.구천동 계곡에선 신라와 백제의 향기가 남아 있다. 절경과 폭포를 이루는 바위의 이끼에서 5,000년 역사의 연면함을 발견한다.한 여름 아무리 강한 폭염도 구천동에선 맥을 추지 못한다. 그 숲으로 들어오라. 그 숲을 흐르는 계곡의 물길에 손을 담가보라. 귀청을 때리는 폭포의 맹렬함을 느껴보라.이곳에서 여름은 없다. 구천동을 들어서 만나는 서늘한 기운은 찾는 이를 몇 백년 전 어느 즈음으로 데려가는 듯하다. 이 푸른 나무와 끊이지 않는 폭포, 그리고 이끼 낀 바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한여름을 아랑곳 않고 의연히 선 세월이 의연하다.경주 양동마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 우리 전래의 주거공간이 수 백년의 세월을 이기고 초가집과 기와집으로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이다.1459년에 지은 서백당(書百堂), 1508년 지은 무첨당(無忝堂), 1516년 지은 독락당(獨樂堂), 1540년대에 지어진 향단(香壇). 마을의 많은 집들은 16세기부터 18세기 사이에 지어졌다. 무려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소중한 우리 보물들이다.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서백당은 경주 손씨의 종가로 마을에 처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한여름을 아랑곳 않고 의연히 선 세월이 의연하다.경주 양동마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 우리 전래의 주거공간이 수 백년의 세월을 이기고 초가집과 기와집으로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이다. 1459년에 지은 서백당(書百堂), 1508년 지은 무첨당(無忝堂), 1516년 지은 독락당(獨樂堂), 1540년대에 지어진 향단(香壇). 마을의 많은 집들은 16세기부터 18세기 사이에 지어졌다. 무려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소중한 우리 보물들이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서백당은 경주 손씨의 종가로 마을에
신록(新綠)은 봄을 맞는 우리에게 내리는 축복이다.초록이되 방금 새 숨을 내쉬며 얼굴을 내민 초록, 우리는 그를 신록이라 부른다.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따뜻한 기운과 함께 세상에 태어난다. 방금 태어난 그는 수줍게 하늘을 향해 땅을 향해 그리고 이웃의 모든 생명을 향해 미소를 보낸다.아직 그는 보는 이의 눈길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여린 자태을 하고 있다. 방금 태어났거나 이제 겨우 기지개를 펴고 있거나. 신록은 빛을 받아 더욱 환하다. 투명한 그 빛깔은 아직 제 색을 갖지 못하고 있다. 빛을 받은 신록은 그 표면이 빛으로 바뀌거나 빛을